불거지는 '김기춘 책임론'..朴대통령의 결단은?

  • 등록 2014-05-29 오후 6:30:12

    수정 2014-05-29 오후 6:30:12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김기춘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이 취임 후 최대 고비를 맞았다.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28일 ‘전관예우’ 논란 속에 전격 사퇴하면서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실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를 신뢰하고 신임해온 박근혜 대통령이 인적쇄신 과정에서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비서실장 임명되자마자 야당 십자포화

김 실장은 지난해 8월 허태열 초대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후 ‘기춘 대원군’, ‘왕 실장’으로 불리며 청와대의 2인자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그는 비서실장에 임명됐을 때부터 야권의 십자포화를 받았다. ‘과거’가 문제가 됐다.

김 실장은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의 주인공이다. 지난 1992년 대선 직전 부산 지역 기관장들이 모여서 김영삼 후보의 승리를 위해 지역감정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모의했던 사건이다. 2012년 대선에 국가정보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그가 대통령비서실장에 임명되자 야당의 반발이 거셌다.

아울러 김 실장은 유신헌법의 초안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란 점에서 ‘유신 회귀’ 우려와 맞물린 정서적 거부감이 야권에 확산됐다.

진영·채동욱 사건 때 책임론 제기

김 실장은 주요 이슈가 터질 때마다 ‘사퇴론’과 ‘책임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지난해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 등과 관련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야권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은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말에는 근거 없는 건강이상설이 나돌아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김 실장은 미열도 없는 상태”라며 진화에 나서야 했다. 올해 초에는 박근혜 정부 2년차를 맞아 대대적 개각이 있을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사퇴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 실장에게 집중되는 ‘악성 루머’에 대해 “정권에 악의를 품은 세력들이 ‘정권 흔들기’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소문을 만들어 퍼뜨리고 있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세월호와 함께 찾아온 고비

김 실장의 최대 고비는 세월호 참사와 함께 찾아왔다. 정부와 청와대의 미숙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김 실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김 실장 사퇴를 촉구했다.

‘김기춘 책임론’이 거세졌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2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을 경질하면서도 김 실장을 유임시켰다. 이로써 그는 당분간 인적쇄신 대상에서 벗어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안 총리 후보자의 사퇴로 인해 김 실장은 또 위기를 맞았다. 안 후보자의 ‘전관예우’ 논란은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의 부실 논란을 불러왔고, 인사위원회를 맡고 있는 김 실장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인적쇄신 차원에서 청와대 참모진을 개편하면서 비서실장을 교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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