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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암병동의 항암치료센터 앞에는 ‘대기 시간 4시간’이라는 문구가 내걸렸다. 비교적 대기 시간이 짧은 치료의 경우에도 1시간은 기본이었다. 병원은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 사태 이후 진료 일정을 최대한 축소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의료진 부족 현상으로 부하가 걸리고 있는 것이다.
이를 본 환자와 보호자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폐암 환자의 가족이라고 밝힌 한 보호자는 “파업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대기 시간 4시간은 정말 너무 힘들다”며 “제발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양보를 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항암치료를 받는 가족을 기다리던 또 다른 보호자는 “경주에 살다 보니 전날 올 수밖에 없는데 어제 올라왔다”면서 “올라오는 내내 혹시 치료를 받지는 못하는 것인지 걱정이 안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나 의사들이나 서로 좀 양보했으면 좋겠다”며 “나라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한숨이 나온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소속 전공의의 74.4%인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보다 459명 늘어난 수치다. 이들 100개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1만3000여명 중 약 95%가 근무한다. 즉, 전공의 열 명 중 일곱 명은 의료 현장을 떠난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현장점검에서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 6038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5230명을 제외한 808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서울대병원 응급중환자실 앞에서 만난 보호자 유모씨는 “우리 엄마는 파업 전에 입원을 했는데, (파업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월요일엔 시술 관련 검사를 받는 데만 1시간 넘게 기다렸다. 퇴원을 하면 외래 진료가 연기되거나 항암 치료를 못 받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검사를 마치고 나온 유씨의 어머니도 떨리는 목소리로 “나는 다행이지만 (진료나 수술 등이) 미뤄지는 사람들은 너무 걱정일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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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35년이면 70세 이상 의사 3만2696명이 은퇴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현재 정원(3058명)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10년간 새롭게 배출되는 인원보다 많은 숫자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전공의 근무 시간이 2016년 92시간에서 2022년 78시간으로 줄었고 바이오헬스 산업 등에서 유능한 의사 수요가 늘고 있다”며 “지금의 의사 공급 구조로는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협 비대위는 즉각 반발했다. 주수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두번째 정례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는 연구 결과 의대 2000명 증원에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연구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고, 해당 연구를 제외하면 증원 논리를 뒷받침할 근거도 부족하다”고 했다. 주 위원장은 또 “정부는 의사도 고령화 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서 더 많은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며 “하지만 의사는 일반 직장인보다 훨씬 고연령까지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라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아울러 의협은 다음달 3일 서울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최소한 일주일 이상 이번 의사들의 파업이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정부가 앞서 업무개시명령에도 불법 집단행동에 가담한 의료인과 배후에서 조종·교사 세력들에 대해 체포영장 발부하고 구속하는 등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만큼 강대강 대치가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