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지난주 캐나다 국빈방문 때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한 성과를 소개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나 곧이어 “서명 시에 캐나다 측에서 ‘이렇게 힘들게 FTA를 서명하지만 한국 국회에서 언제 비준이 될지 우려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국회 상황이 국제사회에 전부 알려져 있고 그 상황이 우리나라 국익과 외교에 얼마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인지 우려스러웠다”며 “지난 3월 핵안보정상회의 때도 2년 전 서울에서 국제사회에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연설을 할 때의 그 공허하고 착잡한 마음을 잊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디 국회에서는 이번에 제출된 한-호주 FTA와 금주 중에 제출될 한-캐나다 FTA 심의를 조속히 마무리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이 세월호 특별법 원내합의를 두 차례 번복하는 등 이른바 ‘발목잡기’ 행태를 겨냥한 듯 “모든 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고 거의 2년 동안을 정치권은 장외정치와 반목정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도 “국회가 의무를 행하지 못하면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돌려드려야 한다”며 야당을 질타한 바 있다.
당시 발언이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던 것인 데 비해 이날은 야당에 대한 공세를 한 층 강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정치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최근 50%를 다시 넘어선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박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언급했던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북한 주민의 삶이 나아지고 바뀌도록 하는 것은 통일의 중요한 목표일 뿐 아니라 평화 통일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도 북한 인권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연일 저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맹비난을 거듭하는 것은 그만큼 인권 문제가 아프고 가슴을 찌르는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인권법도 이미 다른 나라들은 제정이 됐는데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10년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고 지적하며 국회의 역할을 거듭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