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루르 지방 함보르 탄광을 찾아 파독 광부들을 격려하던 박 전 대통령은 “이게 무슨 꼴입니까. 내 가슴에서 피눈물이 납니다. 우리 생전에는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들에게만큼은 잘사는 나라를 물려줍시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서독 방문 때 통역관으로 수행했던 백영훈 한국산업개발연구원장은 최근 출간한 책 ‘조국 근대화의 언덕에서’에서 “박 전 대통령이 서독 총리(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앞에서 ‘우리 국민 절반이 굶어 죽고 있다’고 울먹이자 서독 총리가 감명 받은 듯 박 전 대통령의 손을 잡으며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박 전 대통령은 8일간 서독에 머물면서 ‘라인강의 기적’을 본뜬 ‘한강의 기적’을 구상했다. 그는 귀국한 후 “‘라인 강의 기적’은 결코 기적이 아니라 국민들의 노력으로 이뤄진 필연이었다”며 “우리도 경제건설을 더욱 서둘러야 하겠다”고 말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 포항제철 설립 등 박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아이디어는 독일 방문의 결과였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우리가 경제개발을 시작하면서 최초 정상 방문을 한 곳이 독일이다. 우리는 차관을 얻기 위해 갔고, 다음에 인적 지원을 받았다”며 “이제는 호혜적인 동반자적 관계로서 공동연구, 기술인력 교류, 산학 비즈니스 협력 모델 공유 등과 관련, 여러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독일에는 현재 400여개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가 독일에서 고용하고 있는 인력은 2000여명에 달한다. 한국과 독일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 272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의 대독 투자는 43억 달러, 독일의 대한 투자는 115억 달러 규모다. 광부와 간호사를 보내 돈을 빌리던 한국의 이미지는 사라진 지 오래다. 박 대통령은 오는 28일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해 파독 광부·간호사 출신 동포들을 만나 격려할 예정이다.
아버지 박 대통령과 딸 박 대통령의 독일 방문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지만, 통일에 대한 부녀의 염원 만큼은 달라진 게 없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독의 주제는 ‘통일’이다. 박 대통령은 26일 통독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을 찾아 통일 의지를 다진다. 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통일 협력체계 구축 방안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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