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부총리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2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메르스 사태와 가뭄에 따른 경기위축과 피해상황 등을 고려해 6월말 추가적인 경기보완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추경 편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우리 경제는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히 회복되는 모습이었으나 최근 발생한 메르스로 하방압력이 커졌다”며 “백화점, 대형마트 매출액 감소 등 소비위축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5월말 이후 외국인 관광객 방문취소도 늘어 관광 및 여가업종 중심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여기에 가뭄으로 농경지가 매말라가고 있어 농민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며 “메르스 사태 종식과 가뭄피해 해결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맞춤형 지원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최 부총리는 추경 편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는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대응 관련 정부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추경 편성으로 대응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8일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 CEO 오찬강연회’에서 추경 관련 질문이 이어졌을 때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후 추경 편성에 대한 시장과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졌다. 메르스 확산에 이어 가뭄까지 덮치면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모두 동원한 ‘쌍끌이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급기야 최 부총리는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추경에 대한 최종 판단은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밝히겠다”며 ‘추경’이란 단어를 처음으로 직접 언급했다.
그는 추경 편성에 대한 질의가 이어지자 “여러 각도로 검토 중에 있다”,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도록 하겠다” 등의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최 부총리의 최근 발언이 원론적인 것이란 해석도 있다. 추경을 검토하고 있더라도 실제 편성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얘기다.
최 부총리 입장에선 정치적 부담도 크다. 그는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하반기 사퇴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자칫 ‘경제는 살리지 못하고 재정만 악화시켰다’는 꼬리표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경제 상황이 추경을 편성할 요건인가에 대한 논란도 있다. 국가재정법 제89조가 규정하고 있는 추경 편성 요건은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 관계의 변화, 경제 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이다.
최 부총리는 전일 “메르스 사태는 자연재해는 아니기 때문에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있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한다면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