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는 지난 7월19일부터 현재까지 부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자동차 업계는 오히려 파업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상저하고’ 성장을 기대했던 한국 경제에는 상당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생산 4개월 만에 마이너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국내 전체 산업 생산량은 한 달 전보다 0.1% 줄었다. 올해 4월 -0.7%(전월 대비)에서 5월 2.0%로 올라선 이후 넉 달 만에 다시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이 2.4% 줄며 감소세를 견인했다. 광공업 생산은 올해 7월 1.3% 플러스 증가율을 보였지만, 8월 들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감소율은 지난해 1월 -3.5%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컸다. 8월 수출이 20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일부 자동차 업체 파업으로 자동차 생산이 줄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동차 생산 감소가 단순히 파업만의 영향은 아니다. 자동차 산업은 이미 수출·내수에서 동반 부진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광섭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파업으로 차질을 빚은 물량을 정상 생산해도 지난달 자동차 생산은 8%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수출 부진과 올 하반기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으로 국내 수요가 함께 줄어든 영향”이라고 말했다.
수출은 19개월 간의 감소세를 멈추고 8월 들어 반등했지만 한진해운 물류 사태에 이어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9월에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자동차 업계 파업이 계속될 경우 2011년 이후 4년간 이어온 무역규모 1조달러 시대도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현대차 파업 장기화로 인해 정부의 수출 확대 노력에 찬물이 끼얹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이 최근 “자동차산업은 우리 제조업에서 고용의 12%, 생산의 13%, 수출의 14%를 차지하는 기간산업이며 특히 생산량이 가장 많은 현대자동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파업은 기업의 경제심리까지 위축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9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를 보면, 이번달 제조업의 업황 BSI는 71로 전월과 같았다. 그러나 자동차업계의 업황 BSI는 65로 전월 대비 무려 11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2009년 6월(54) 이후 7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세호 한은 기업통계팀 과장은 “노조 파업으로 인해 생산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자동차 파업이 장기화하고 있고, 갤럭시 노트7 리콜,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시행 등이 생산과 소비에 추가적인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