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연말정산 대란..공수표된 '증세없는 복지'

  • 등록 2015-01-20 오후 5:08:15

    수정 2015-01-20 오후 5:08:15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13월의 월급’이 ‘13월의 세금’으로 바뀌는 것은 이미 2013년 8월부터 예고됐다.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은 세제개편을 추진하면서 소득공제를 줄이고 세액공제를 늘리는 식으로 근로소득자에 대한 과세방식을 바꿨다. 박근혜정부의 공약재원 마련을 위해 세율을 높이는 대신 납세자에게 부담이 덜 가는 공제방식 변경을 선택한 것이다.

조 전 수석은 프랑스 루이 14세 시절 재무상인 장바티스트 콜베르의 “예술적인 과세는 거위가 비명을 덜 지르게 하면서 최대한 많은 깃털을 뽑는 것”이라는 말을 인용해 세제개편 내용을 설명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증세는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는 명시적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분명 증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직장인들의 연말정산 환급액 축소에 대해선 “저도 그 부분은 참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다, 입이 열 개라도 다른 설명을 못하겠다”며 “이해해 주시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봉급생활자들은 그래도 여건이 좀 나으니 좀 마음을 열고 받아 달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17개월 뒤 직장인들은 ‘깃털’을 뽑히느라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난 15일 국세청의 연말정산 간소화서비스가 시작되면서부터다. 특히 작년보다 환급액이 줄어들거나 오히려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이번 연말정산을 사실상 ‘증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박근혜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했지만 세 부담은 늘어만 가고 있다. 연말정산뿐이 아니다. 올 초 담뱃값에 붙는 세금이 2000원 인상된 데 이어 주민세와 자동차세도 높아질 전망이다. 공약을 지키기 위해 각종 간접세 인상으로 서민 부담만 커지는 형국을 보는 국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연말정산에 대해 해명한 것은 이처럼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기자회견을 시작하면서 “연말정산으로 인해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최 부총리의 기자회견은 박근혜정부가 약속한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실토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됐다. 그는 “고소득층의 세부담 증가를 통해 확보한 재원은 근로장려세제, 자녀장려세제 등을 통해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증세를 통한 복지를 대놓고 시인한 셈이다.

연말정산 대란을 계기로 정부가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증세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재부가 이날 발표한 ‘1월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수입 규모는 205조4000억원으로 목표치 대비 11조1000억원 부족할 것으로 잠정 추정됐다. 2012년 2조8000억원, 2013년 8조5000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세수 펑크’다. 반면 올해 복지예산은 115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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