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두 사안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포함해 무엇이든 국회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서 합의점을 찾아주신다면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국회에서 여야 간에 합의해주신다면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대선 개입 의혹을 둘러싼 논란과 특검 도입 문제가 ‘국회의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사실상 국회에 공을 넘긴 셈이다. 다만 야당의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거나 특검 자체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것은 아니란 점에서 당초 관측보다 한 발 나아갔다는 평가다. 국정원 개혁특위 신설 요구에 대해서도 국정원이 자체 개혁안을 제출하면 국회가 심의해달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정부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사안들에 대해 이른 시일 내에 국민 앞에 진상을 명확하게 밝히고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대로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반드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제는 대립과 갈등을 끝내고 정부의 의지와 사법부의 판단을 믿고 기다려 줄 것을 호소한다”며 검찰과 법원의 처리를 지켜보자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미국 대통령의 연례 신년연설(The State of the Union)처럼 한국 정치에서도 대통령이 국회를 정례적으로 방문해 국정 비전을 설명하고 의회의 협조를 요청하는 관행이 정착될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시정연설을 직접 하겠다는 것은 박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당시 약속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