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국 중 10개국과 FTA 체결했는데..TPP 불참 불이익 클까?
▲TPP에 참여하는 국가는 미국·일본·호주·브루나이·캐나다·칠레·말레이시아·멕시코·뉴질랜드·페루·싱가포르·베트남 등 12개국이다. 한국은 이 중 일본과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일본과는 한·중·일 FTA를 추진 중이다. 한국이 TPP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당장은 직접적인 영향이 제한적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수출시장에서 누려온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 등 거대 시장과의 FTA를 체결한 결과 수출시장에서 일본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반면 일본은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아 관세 혜택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이 TPP에 참여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거대 시장과 하나의 무역지대로 묶이게 됐다. 한국과 일본의 ‘파이 나눠먹기’가 시작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누적 원산지 규정이다. 누적 원산지는 생산 과정에서 TPP 참여국의 원산지 재료를 사용한 경우 그 재료를 국내산으로 인정해 주는 것을 말한다. 베트남에서 생산한 제품에 일본산 부품이 들어가면 자유무역 대상이 되지만, 한국산 부품이 들어가면 자유무역 대상에서 제외된다. 당연히 베트남 제조업체 입장에선 일본산 부품을 쓰는 게 유리하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TPP 출범에 따른 한국 경제 영향에 대해 “누적 원산지 규정이 포함돼 있어 수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왜 뒤늦게 TPP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나?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TPP 대책단 부단장은 “우리나라가 개별 국가들과 FTA를 체결했지만 이들을 통합해 하나로 묶어놓은 자유무역지대 안에 속해 있는 것과 밖에 나와 있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TPP 협정문이 공개되면 세부적인 경제적 영향 분석과 국내 의견수렴 절차 등을 거쳐 참여 여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정할 방침이다. 현재 한국 이외에도 대만, 필리핀, 콜롬비아 등이 TPP 가입 여부를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그동안 TPP 참여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정부는 다자간 FTA보다 개별국과의 FTA에 집중해 왔다. 최 부총리는 “2008년 미국이 TPP 참여를 선언할 때는 우리나라가 미국과 FTA가 타결된 데다 중국과의 FTA 협상이 진행되던 상황이어서 여기에 집중하다는 게 낫다는 판단을 당시 이명박정부가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이 TPP 참여를 선언한 게 2013년이란 점에서 박근혜정부에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펼치다 참여 시기를 놓친 것으로 보고 있다.
-TPP 늦게 가입하면 불이익은 없나?
▲한국이 TPP에 2차 회원국으로 참여한다면 이른바 ‘가입 비용’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정부가 TPP에 참여하기로 결정할 경우 12개 초기 회원국 모두로부터 참가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들 국가는 동의의 대가로 자국에 유리한 ‘추가 혜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자동차·기계산업 등의 분야에서 우리나라에 강도 높은 개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일본이 큰 변수로 꼽힌다.
1차 회원국들의 요구 조건이 지나칠 경우 이미 FTA를 체결한 10개국을 제외한 일본·멕시코와 개별 FTA를 추진하는 게 낫다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은 미국이 주요 수출국인 만큼 우리나라 가격 경쟁력은 여전히 유리하다”며 “자동차 부품은 한·미 FTA에 따라 내년부터 관세가 즉시 철폐지만, 일본은 이제 TPP에 가입해도 관세 2.5% 중에 80% 정도만 철폐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