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한국 기업의 진출을 지원하고 한국 투자를 독려하는 ‘세일즈 외교’를 넘어서 정부의 ASEAN 중시 정책을 강조하며 긴밀한 관계 형성에 나선 것이다. 이를 통해 박 대통령은 경제 협력은 물론 북핵 문제 등 안보 분야에 있어서도 ASEAN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대국 각축장서 신뢰 쌓기
박 대통령은 강대국들의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ASEAN 지역에서 정상들과의 신뢰를 쌓는 쪽으로 외교력을 집중했다. 국가 이득을 챙기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강대국들과 달리 공동체를 지향하는 동반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노력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반다르스리브가완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ASEAN+3(한국ㆍ중국ㆍ일본) 정상회의에서 “지금은 통합·번영·발전의 동아시아 공동체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실천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 분야에서 한-ASEAN 경제협의회뿐 아니라 ASEAN 지역에 기여하는 연계성 증진 사업 확대, 새마을운동 전수 등을 제안했다. 또 사회ㆍ문화 분야에서는 한국문화원 추가 설립, 한-ASEAN 사이버대학 운영 등에 대해 합의했다.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는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은 ASEAN+3 프레임워크 내에서 동아시아 공동체 건설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는 점과 구체적인 협력 사업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기를 기대한다는 점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양자회담 통해 풍성한 성과
박 대통령은 ASEAN과의 신뢰 구축을 바탕으로 개별국과의 양자회담에서 세일즈 외교 행보를 이어갔다.
박 대통령은 하싸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 회담에서 교량 건설 등 대형 인프라 사업에 한국 기업의 참여 의사를 밝혔고,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만난 자리에선 마리나베이, 창이공항 제4터미널, 도심 지하철 공사 등의 우리 기업 수주를 지원했다.
또 토니 애벗 호주 총리와 회담을 갖고 우리 기업이 참여한 에너지ㆍ자원 프로젝트에서 애로 해소를 요청했고, 떼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회담에서는 에너지ㆍ인프라 분야 협력과 투자 및 개발협력 확대, 현지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투자환경 개선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세일즈 외교와는 별도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며 굳건한 한·미 동맹 관계를 재확인했다.
ASEAN과 활발한 교류 전망
박 대통령은 지난 달 베트남 방문에 이어 이번에 인도네시아와 브루나이를 순방하며 대(對) ASEAN 외교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일본 등 주변 강대국이 ASEAN에 보이는 관심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 리커창 총리는 ASEAN 정상회의 참석 후 태국과 베트남을 방문하기로 했고, 왕이 외교부장은 올 상반기에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7개 국가를 공식 방문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해 12월 취임 후 첫 방문지로 동남아를 선택하는 등 ASEAN과의 관계 강화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달 순방을 통해 ASEAN 10개국 방문을 모두 마무리한다.
이에 대해 이 차관보는 “이달 필리핀 대통령의 방한에 이어 연말까지 2~3개국 정상이 방한할 예정”이라며 “나머지 국가들에 대해서도 계속 정상외교를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