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 아킬레스건`이 십자인대 수술에…영업사원이 수술 관여도

경찰, 건보공단 의뢰로 수사 착수
`반쪽 아킬레스건` 6770개 수입, 100억원 상당 요양급여 수령
영업사원이 아킬레스건 다듬고, 응급구조사가 수술 보조하기도
  • 등록 2023-11-16 오후 12:00:00

    수정 2023-11-16 오후 1:25:27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반쪽 아킬레스건’을 해외에서 들여와 팔고, 심지어 영업사원이 십자인대 이식 수술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이를 주도한 업체 등이 100억원 규모의 부당 이득을 거둔 것을 확인, 관계자 85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의사 대신 수술 준비를 하고 있는 영업사원의 모습 (사진= 서울경찰청)
서울경찰청은 16일 승인받지 않은 반쪽 아킬레스건을 수입해 납품한 수입업체 대표와 무면허 의료행위를 방관한 의사 등 85명을 인체조직법 및 의료법 등 위반 혐의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송치된 인원에는 수입납품업체 대표 26명과 영업사원 6명 등이 포함됐고, 의료법 등을 위반한 의사 30명과 간호사 22명, 의료기관 종사가 1명도 포함됐다.

앞서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2015년부터 약 7년간 식약처 승인을 받지 않은 아킬레스건이 대량으로 국내에 수입됐고, 그중 약 2000개는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 이식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바 있다. 십자인대 재건 수술 이식 재료로 쓰이는 아킬레스건은 국내 기증자가 적어 미국 등으로부터 수입하는데, 완전한 아킬레스건을 표본으로 식약처로부터 사용 승인을 받은 뒤 이를 절반으로 나눈 반쪽짜리 조직을 유통하는 방식으로 보건당국의 눈을 속였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이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이들은 건보공단이 언급한 방식으로 반쪽 아킬레스건 6770개를 수입해 병원 400여곳에 납품했고, 건보공단으로부터 약 100억원 상당의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쪽 아킬레스건을 이식받은 환자는 6500명 수준이다.

또한 아킬레스건을 의료기관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의료기관이 납품업체 영업사원에게 환자의 의료정보 등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실과 영업사원이 의사에게 현금 등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도 적발됐다.

아킬레스건의 경우 냉동 포장상태로 수입되기 때문에 내용물을 확인하더라도 육안으로 구별이 힘든 점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업사원은 병원과 의사에게 회식비 명목으로 현금을 주거나 납품업체 선정에 대한 대가로 고가의 수술 도구를 무상으로 주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입업체 2곳을 압수수색한 결과 영업사원이 수술실에 들어가 아킬레스건을 환자 치수에 맞게 다듬거나 응급구조사가 간호사 대신 수술실에서 수술 보조행위를 하는 등 의료법 위반 사실도 확인됐다. 압수된 영업사원의 차량에서는 비위생적으로 관리되고 있는 수술도구도 확인됐다.

경찰이 의료기관 등에 확인한 결과 반쪽 아킬레스건을 이용해 십자인대 재건 수술 등을 할 경우 기능상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 경찰은 6500명 환자 명단을 건보공단에 제출했고, 건보공단의 업체를 상대로 한 소송이 종료되면 환자들에 대한 보상도 검토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반쪽 아킬레스건 수입·남품 업체 및 의사 등을 추가 확인해 지속적인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승인받지 않은 인체조직을 수입·납품하거나 업체 선정을 위해 경제적 이익을 요구·제공하는 행위를 목격하면 신고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장하니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이 16일 십자인대 재건 수술 등에 사용되는 반쪽 아킬레스건을 수입해 유통한 일당을 검거했다. (사진= 서울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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