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먼저? 우리 가족 설 곳은 없더라”…北피격 공무원 아내의 눈물

"무분별한 발표로 자녀들의 인권침해"…유족 측 인권위 진정 제기
"해경이 정신공황 상태 아빠 둔 자녀라는 낙인 찍어"
  • 등록 2020-11-20 오후 2:56:30

    수정 2020-11-22 오전 9:24:49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지난 9월 서해상에서 피격된 공무원의 가족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해양경찰청장 등이 명예를 훼손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서해 소연평도 북측 해역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A 씨의 전 부인 권 모씨와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과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피해 공무원의 아내 A씨는 20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동근 민주당 의원이 ‘월북을 감행할 경우 사살하기도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고인의 자녀들에게 정신적 가해행위를 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홍희 해경청장 등 관계자들은 고인에 대해 ‘정신공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피격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도박에 대한 수사 내용 발표로 고인의 자녀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진정을 제기했다.

A씨는 “사건 발생 후 두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면서 저와 아이들은 만신창이가 돼 벌거벗겨진 기분으로 매일을 살얼음판 걷듯 살아내고 있다”며 “남편을 찾지도 못했고 장례식도 못해 편하게 보내주지도 못한 상황에서 우리 세 사람에게 남은 건 적나라하게 공개된 사생활로 그 어디에도 서지 못하는 현실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가 생각했던 대한민국은 대통령님의 말씀처럼 사람이 먼저인 곳이었지만, 큰 사건의 중심에 서고 보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저와 아이들이 설 곳은 없었다”며 “민감한 개인신상에 대한 수사정보를 대외적으로 발표해 명예살인을 자행했고, 아무 잘못도 없는 아이들이 도박하는 정신공황 상태의 아빠를 둔 자녀라고 낙인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해경의 무분별한 발표가 자녀들에게 큰 상처를 줬다며 성토했다. 그는 “(해경이) 근거 없이 정신적 공황상태라고 발표하면서 아들은 심한 스트레스로 조퇴하고 집에 오게 됐고, 아빠를 따라 가고 싶다며 한동안 울기만 하는 아들을 끌어안고 울 수밖에 없었다”며 “사생활인 금융거래를 조회해 민감한 부분을 동의 없이 언론에 발표해 아이들이 학교조차 갈 수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A씨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라고 국민을 대신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이지 약자의 삶을 짓밟으라고 준 자리가 아니다”라며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가여운 아이들에게 이러면 안된다”고 호소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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