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청와대의 인적쇄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정을 뒤흔드는 중대 사건인 만큼 납득할만한 선에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관련자들은 어느 누구도 예외 없이 응당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된 경질 대상 1순위로 이남기 홍보수석을 꼽는다. 곽상도 민정수석과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까지 경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 이남기 홍보수석 경질 불가피할 듯
이 수석은 윤 전 대변인의 직속 상관이란 점에서 문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셀프 사과’ 논란을 일으켰고, 11일에는 윤 전 대변인의 ‘중도 귀국’을 둘러싸고 진실공방을 벌이면서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사의를 표명하고 현재 박 대통령의 사표 수리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이내영 고려대 정외과 교수는 “청와대의 미흡한 대응을 보면 지휘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문책 대상은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보면 홍보 라인은 문책이 불가피하다. 이남기 수석을 비롯한 해당 라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도 이 수석에 대한 경질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그는 미흡한 대응으로 사건을 더 키운 장본인이다. 애초에 자질이 없는 사람이 그 자리에 들어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이번 사태의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관련자들을 싹 갈아치우면 된다”며 “그런데 박 대통령의 사과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다. 관련자 문책에 대해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이라고 단서를 붙인 걸 보면 아직 사안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청와대 각 수석실을 총괄하는 허태열 대통령 비서실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이 허 실장을 경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박 박사는 “이번 일을 계기로 청와대는 대대적인 혁신을 해야 한다”며 “홍보수석, 민정수석, 비서실장이 책임을 지고 모두 사퇴해야 한다. 이 세 사람 정도는 정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박 대통령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은 경질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청와대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는 크게 보면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의 책임”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임기 초 정부가 이들 비서진을 모두 교체하면 또 다른 혼란이 올 수 있다. 모두 교체하는 것은 국정 공백을 일으킨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정수석은 조사 결과에 따라 (경질 여부가) 유보적이 될 수 있다. 비서실장 교체는 상징성은 있겠지만 부작용이 클 것 같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서 명백히 책임 있는 사람을 경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허 실장에 대한 경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그는 “비서실장 단계까지 문책이 진행될 경우에는 청와대의 전면 개편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시 한 번 청와대 조직을 재편하고 추스리는데 부담이 된다”며 “박 대통령이 비서실장 교체는 고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청와대 기강 확립 계기로 삼아야
전문가들은 청와대가 이번 사태를 기강 확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아울러 박 대통령도 자신의 인사 스타일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 본부장은 “기강이 확립된 청와대 조직 안에서 집단 인사 심사 시스템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예전에는 독점적 인사 체계였다면, 향후에는 다양한 검증을 동원한 집단 인사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박사는 이 수석 경질을 전제로 “새 홍보수석은 적어도 양심과 상식을 가진 인물이 필요하다. 소통이 돼야 하고, 정무적 감각도 있어야 한다. 위에서 군림하는게 아니라 아래에 열려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홍보 라인의 기능이 정상화된다”고 말했다.
그는 “시스템보다는 사람의 문제다. 청와대 매뉴얼이나 시스템을 백 번 바꿔봤자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도움말 주신 분들: 박상병 정치평론가,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신율 명지대 교수, 이내영 고려대 교수.(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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