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해 고유정, 구속송치…警 "졸피뎀 구입 등 계획범죄 정황"

경찰 고유정 사건 수사결과 발표
사전 계획 범행 가능성 커…공범은 없는 것으로 확인
정신질환 병력 無, 극심한 불안으로 범행 추정
  • 등록 2019-06-11 오전 11:31:15

    수정 2019-06-11 오전 11:33:07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경찰이 제주도 전(前) 남편 살인사건의 피의자 고유정(36)을 구속 송치한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닌 계획범죄인 것으로 결론 내렸다. 다만 공범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제주 동부경찰서는 오는 12일 고유정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 등 혐의로 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고씨는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9시 16분쯤 제주시에 있는 한 펜션에서 전 남편 A(36)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27일 오전 11시 30분쯤 펜션을 나설 때까지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했다. 이튿날 완도행 여객선에 오른 고씨는 오후 9시 30분~37분쯤 시신 일부를 바다에 버렸다. 이후 29일 경기도 김포에 있는 가족 명의의 아파트에서 남은 시신의 일부를 2차 훼손했고, 31일 오전 3시 13분~21분쯤 훼손된 시신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유기했다.

경찰은 피해자 A씨가 펜션에 입실한 후 나가는 장면이 주변 CCTV로 확인되지 않는 점과 펜션 내부 감식 및 루미놀 검사 결과 혈흔 반응이 확인되는 점 등을 근거로 고씨에게 용의점이 있다고 판단, 지난 1일 잠복하던 경찰이 고씨를 긴급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고씨가 쓰레기장에 버린 범행도구를 확보했다.

경찰은 체격이 작은 고씨(키 160cm)가 남성(키 180cm)을 살해하고, 이를 훼손해 옮긴 점 등을 볼 때 공범 연루 가능성을 높게 보고 이를 집중 수사했지만, 범행 시간대 고씨의 휴대전화 사용 내역과 CCTV에서 다른 정황을 찾을 수 없었다. 또한 고씨가 수면제와 범행도구 구입 등 사전에 범행을 준비했다는 점과 체포 때까지 동행인이 없었다는 점, 여객선 내에서 혼자 시신 일부를 유기하는 장면이 확인되는 점 등을 볼 때 공범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고씨는 조사 과정에서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은 계획범죄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범행 전에 범행과 관련된 단어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했고, 제주도에 가기 전인 5월 17일 주거지에서 20km 떨어진 병원과 약국에서 졸피뎀 성분의 수면제를 처방받아 구매하는 등 범행도구를 마트와 온라인에서 구매한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차량을 제주도까지 가져와 시신을 싣고 되돌아간 점과 범행현장을 청소한 점 등을 고려하면 사전에 계획된 범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고씨는 체포 당시부터 A씨가 자신을 성폭행하려고 했고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살해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범행 전에 미리 ‘성폭력 미수 및 폭력으로 고소하겠다’는 내용의 문구를 작성해 자신의 휴대폰에 임시저장하고 있었고 성폭력의 구체적 정황을 제대로 진술하지 못하는 점 등을 볼 때 허위 주장이라고 봤다.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조사한 결과를 종합하면 고씨가 A씨와 자녀의 면접교섭으로 재혼한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등 A씨의 존재로 극심한 불안이 있었던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고씨는 정신질환 병력도 없었고, 조사 과정에서도 별다른 이상 징후는 없었다.

제주 남부서 관계자는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 이후에도 피해자의 시신발견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피해자 및 유가족의 억울함을 풀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피의자에 대해서는 검찰과 협력해 증거보강 및 엄정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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