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회장은 주식 재산만 18조원이 넘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23일 종가 기준으로 18조2251억원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이 회장은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지분율 4.18%)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0.08%) △삼성SDS 9701주(0.01%) △삼성물산 542만5733주(2.88%) △삼성생명 4151만9180주(20.76%)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의 재산을 상속받는 가족은 주식 평가액의 60%, 나머지 재산의 50%를 상속세로 내야 한다. 상속세법령에 따르면 증여액이 30억원을 넘으면 최고세율 50%가 적용되고, 고인이 최대주주 또는 그 특수관계인이라면 주식 평가액에 20% 할증이 붙는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이거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다. 모두 상속세법상 최대주주 할증 대상이다.
따라서 이들 4개 계열사 지분 상속에 대한 상속세 총액은 주식 평가액 18조2251억원에 20%를 할증한 다음 50% 세율을 곱한 후 자진 신고에 따른 공제 3%를 적용하면 10조6000여억원이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3년간 한국 정부가 거둬들인 상속 세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은 액수다. 다만 주식 평가액은 사망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의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산출하므로 실제 세액은 달라질 수 있다.
부동산 등 다른 재산에 대한 세율은 50%가 적용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까지 서울 이태원동과 삼성동, 서초동 등에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인들은 상속세 총액 가운데 자신이 상속받은 비율만큼 납부하게 된다. 상속세 신고·납부 기한은 내년 4월 말까지다.
상속세가 워낙 천문학적인 금액이라 보유 현금만으로 세금을 내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유족들은 일부 계열사의 지분 매각을 통해 세금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지배구조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매각 주식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보유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속세를 한꺼번에 낼 수 없는 경우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다. 연부연납은 연이자 1.8%를 적용해 신고·납부 때 ‘6분의 1’ 금액을 낸 뒤 나머지를 5년간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고 구본무 회장에게 물려받은 재산에 대한 상속세 9215억원을 이 같은 방식으로 내고 있다.
홍라희 전 관장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3조2600억원(삼성전자 지분 0.91%)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평가액은 7조1715억원(삼성전자 0.7%, 삼성물산 17.33%, 삼성생명 0.06%, 삼성SDS 9.2%, 삼성화재 0.09% 등)이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은 각각 삼성물산 5.55%와 삼성SDS 3.9%를 보유해 평가액도 각 1조6082억원으로 같다.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이 경영권을 어떻게 나눌지도 관심이다. 앞서 이병철 창업주는 삼남인 이 회장에게 그룹을 물려줬고, 장남인 고(故) 이맹희 회장에겐 CJ제일제당, 차남인 고 이창희 회장에겐 새한미디어, 장녀인 이인희 고문에겐 한솔그룹, 오녀인 이명희 회장에겐 신세계그룹을 각각 물려줬다.
이 회장이 생전에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큰 딸인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를, 작은 딸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이사장이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갖고 나가는 등의 계열분리설이 제기돼 왔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당장 3남매의 계열 분리 가능성을 점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삼성은 2017년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 삼성물산 등 비(非)전자 제조 계열사,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 등 3개 소그룹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3남매를 주축으로 계열사 사장단이 이끄는 자율경영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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