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강업계, 건설사 철근 불매에 수출 확대로 `맞불`

현대제철 "수출이 유리한 상황"
  • 등록 2011-09-22 오후 3:24:31

    수정 2011-09-22 오후 3:24:31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제강업계와 건설업계가 철근 가격 인상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제강업체들이 철근 수출 확대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손해를 보며 건설사에 공급하느니 더 나은 가격을 받고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004020) 등 일부 제강업체들은 국내 건설사에 대한 철근 공급을 중단하는 대신 중국, 동남아 등으로 수출하는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근 및 빌릿(철근의 재료가 되는 철강재) 수출 가격이 국내 건설사에 공급하는 가격보다 높아 오히려 수출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라면서 "수출 물량을 늘리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동국제강(001230) 관계자는 "(건설사 등) 고객사와 접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접점을 찾기 전까지는 철근을 공급할 수 없고, 가격을 더 준다는 곳에 철근을 파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제강업계가 수출 확대라는 강수를 두는 것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 건설사들의 사정을 더 봐주다가는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제강업계는 건설사에 공급하는 철근 가격을 톤당 5만원 인상한 85만원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현대제철과 YK스틸의 철근에 대한 불매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철근 수출 가격은 톤당 720달러로 원화로 환산할 경우 81만3600원 수준이다. 국내 건설사들이 요구하고 있는 톤당 80만원을 웃돈다. 최근에는 달러-원 환율도 오르고 있어 제강업체 입장에서는 수출이 더 이롭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수출 확대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대제철의 경우 기존 수출 물량을 늘릴 여지가 있지만 동국제강 등 다른 대부분 제강업체들은 국내 매출 비중이 90%를 넘어선다.

건설업계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현대제철과 YK스틸의 제품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철근을 사용하면 되지만 제품이 국내 규격에 맞지 않을 경우 추가 가공 비용이 들어간다. 또 중국 등에서 수입한 제품 일부가 불량품일 우려도 있다. 

한편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해 최근 일본과 중국 제강업체들은 철근 가격을 인상하는 추세다. 일본 동경제철은 10월 철근 판매 가격을 톤당 3000엔 인상한 6만7000엔(약 100만원)으로 올렸고, 중국 업체들이 생산하는 철근은 톤당 760달러(약 86만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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