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개각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금 집권 2년차를 맞아서 정말 할 일이 너무 많다. 1초도 아깝다.
정부 전체가 힘을 모아서 국정 수행에 전력투구를 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에, 특히 내각이 흔들림 없이 맡은바 업무에 전념할 때라고 생각한다.
과거를 보면 정국전환이나 분위기 쇄신 수단으로 개각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저는 국가를 위해 이런 이벤트성 개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 지난번에 정부조직법도 늦게 통과되고 해서 장관들이 업무를 시작한 지 열 달도 안 됐다.
과거 정부 때는 또 많은 언론에서 ‘너무나 장관교체가 잦아 국정공백이 심각하다’ 이런 비판들을 많이 하지 않았나. 저는 그 비판이 맞다고 생각한다.
실제 우리나라 역대 정부의 장관 평균 재임기간은 14개월이라 한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일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장관들도 개각설이 또 나오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일해주시리라 생각한다.
앞으로 개각 요인이 있다고 판단되면 자연스럽게 개각을 추진할 것이다.
청와대 비서진 개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대통령께서 업무가 끝난 다음 관저에 가면 무엇을 하는지 소개해달라.
▲ ‘보고서를 본다는 얘기는 하지 말라, 다른 얘기를 하라’고 하는데 실제로 보고서를 보는 시간이 제일 많다. 그것을 보면서 장관, 수석(비서관)과 수시로 통화도 하면서 이것저것 결정하고 나면 어떤 때는 훨씬 밤늦은 시각도 된다. 국정을 최종 책임진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하면 제 개인의 시간을 가질 여유가 없다.
제가 하는 이런 방식을 모두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저는 엄중한 국정의 책임을 맡은 사람은 취미로 따로 하는 일 있고, 국정이 따로 있고 그렇게 돼서는 시간이 너무 없지 않는가 그런 생각을 한다.
자기가 가진 모든 열정을 자나깨나, 취미도 취미라면 어폐가 있지만, 어떤 민원이나 국가적으로 국민이 힘들어하는 어떤 문제가 잘 해결돼 많은 국민이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편안해 했다, 하면 그 이상 즐거운 일이 없다.
개인 일 따로 있고, 국정 따로 있지 않고 자나깨나 그 생각하고 거기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고 그러면 어떤 분은 ‘너무 숨막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적어도 저는 그런 식으로 국정에 임하고 있다.
청와대에 ‘새로운 희망’을 따서 ‘새롬이’와 ‘희망이’가 있는 것 아시죠.
조그만할 때 받아왔는데 무럭무럭 잘 자라서 SNS에 소개된 적도 있다. 그 두 마리가 이제 제가 나갈 때, 또다시 들어올 때 꼭 나와서 이렇게 반겨준다. 막 꼬리 흔들면서. 따뜻한 봄이 되면 희망이, 새롬이하고 같이 나와서 기자 여러분에게 인사하는 시간도 가지면 좋겠다 생각한다.(웃음)
-일본의 엔저(엔화 대비 원화가치 상승)에 대응하거나, 엔저로 고통받는 한국 기업을 돕기 위해 어떤 조치를 도입할 예정인가.
▲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기업들이 원가절감이나 구조조정 등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고,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다면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예를 봐도 그런 노력을 해서 경쟁력이 더 강화됐다는 소식도 있다.
엔저가 우리나라 경제에 부담인 것은 사실이지만, 자유무역협정(FTA)에서는 우리가 일본보다 앞서 있다. 한국은 FTA 강국 가운데 하나이기에 기업들이 이를 제대로 활용해 수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도움을 주려 한다. 이미 개통한 ‘FTA콜센터’를 통해 FTA 활용도를 높인다든지, 해외시장 정보도 중소기업에 실시간으로 많이 제공하고, 정부가 해외시장 개척을 뒷받침하든지 환(換)변동보험이나 무역금융보험 확대도 더 집중해 지원하려 한다.
여러 노력을 하니까 지난해에는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수출도 크게 증대됐다. 수출에서 중소·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앞으로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근본적으로는 내수를 활성화해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루도록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데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다고 본다.
서비스업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한다면 엔저 같은 외부 환경마다 출렁거리지 않지 않겠나. 내수가 튼튼히 뒷받침되면 그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경제를 살릴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경제체질 강화에 계속 노력하겠다.
-정부는 올해 공기업 개혁을 강력히 추진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노사갈등이 많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기업 개혁 등 노사관계를 어떻게 풀고, 노사정 대타협을 도출할 방안이 있는지 답변해주기 바란다. 또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사회적대타협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것에 대해 어떤 답을 갖고 있나.
▲ 노사관계는 두 가지 기본틀 내에서 노사정이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틀이라는 것은 하나는 법과 원칙, 또 하나는 국민전체의 이익이다. 공기업 부채 문제나 방만경영 문제도 공기업 노사가 위기의식을 갖고, 국민 입장에서 풀어가야 한다고 본다. 제가 작년에 대통령으로서는 10년 만에 노사정위원회를 방문한 것은 노사정 대타협이 정말 중요한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금년에 임금체계 개편이라든가, 근로시간 단축이라든가, 산적한 노동현안들이 있다. 그래서 경제회복의 불씨가 살아나는 중요한 시기에 우리 노사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꼭 이뤄내기를 당부드린다.
그리고 사회경제 대타협위원회에 대한 질문을 했다. 우선 이미 구성이 돼 있는 노사정위원회에서 충분히 모든 문제들을 논의하고, 또 그렇게 해서 필요하면 그보다 더 확대해서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기존에 이미 있는 것에서부터 잘 안 된다고 자꾸 이것을 만들고, 저것을 만들고, 위원회만 만들고 해서는 큰 성과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우선 집중해 올해 정말 중요한 노사정대타협이 여기서 잘 이뤄나갈 수 있도록 모두 응원하고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권이 1987년 체제를 넘어서기 위해 개헌론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입장은.
▲ 개헌론과 관련해서는, 지난해를 돌아보면 국정원 댓글사건이나 이런 것으로 일년이 다 갔다. 개헌이라는 것은 워낙 큰 이슈이기 때문에 이것이 한번 시작이 되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이 다 빨려들어서 이것저것 할 그것을(엄두를) 못 낸다.
경제회복의 불씨가 조금 살아나서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갖고 국민과 힘을 합쳐 민생을 안정시키고 경제가 궤도에 오르게 해야 할 시점에 이런 것으로 또 나라가 다른 생각없이 여기에 빨려들면, 이 불씨도 꺼지고 한 번 살려내기도 힘든데 경제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다른 생각을 말고, 이 불씨를 살려내 확실하게 한 번 경제회복을 시키고 국민도 삶의 안정감과 편안함을 갖고, 희망을 갖고 3만달러, 4만달러 시대를 열어가는 기틀을 만들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 문화야말로 우리가 가진 가장 소중한 자산이고 우리나라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문화는 우리가 세계인과 함께 호흡하고 하나가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제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문화융성을 4대 국정기조의 하나로 택했고 지난 1년간 그 토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지난 1년간 대통령 직속으로 문화융성위원회를 구성해 인문정신문화 진흥이나 지역문화 자생력 강화 등을 포함한 8대 과제를 발표했고, 문화예술계의 숙원이었던 문화기본법을 비롯한 핵심 법률 4개도 다 국회를 통과해 제정을 마쳤다.
올해는 지난해 마련한 것을 토대로 국민과 예술인이 더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시행하려고 한다.
생활 속에 문화가 확산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매월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정해 국민이 공연이나 전시회 등을 무료로, 또는 할인해서 관람할 수 있게 지원할 것이다.
문화예술인의 창작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예술 창작공간을 더 확충하고 창작 활동 지원제도를 강화해 나갈 것이고 예술인복지도 더 개선해 나가겠다.
케이팝(K-Pop)이나 우리나라의 영화 등 문화 콘텐츠 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아주 크게 성장할 가능성 갖고 있다.
문화 콘텐츠에 대한 투·융자 지원을 강화하고 창작자들이 장르를 넘나들며 사업화 할 수 있도록 ‘콘텐츠 코리아랩’이라고 이름 붙인 창작 지원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해 구성된 문화 융성위원회가 부산, 광주 등 전국을 돌면서 지역문화정책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고, 지역 문화예술인이나 주민들로부터 문화융성을 위한 의견을 수렴했다.
금년에는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며 지역문화예술진흥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고 지역에 있는 전문예술단체를 좀 더 육성해 이 단체가 지역문화 활성화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다.
문화를 바탕으로 지역 브랜드를 형성하고 그것이 문화관광 자원으로도 활용되도록 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 되는 내년까지도 한일정상회담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나온다. 악화일로인 한일관계 속에서 우리 할 수 있는 것이 어떤게 있고 이중 한일정상회담도 포함되는지 말씀해달라. 덧붙여 김정은과의 남북정상회담을 임기 내에 추진할 의향이 있는가.
▲북한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얘기했는데 그 자체에 대해서는 환영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고 또 진정성 아니겠는가.
작년에도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얘기했지만 북한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했는지 여러분께서 잘 알고 계실 것이다. 저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시대 준비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북한의 지도자와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그러나 회담을 위한 회담이 된다거나 이렇게 돼서는 안 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실질적 성과를 내는 회담이 되도록, 그런 회담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열어갈 중요한 이웃나라라 생각하고 있다.저는 새 정부가 출범할 때부터 한일관계의 발전을 바라왔고 특히 양국간 신뢰형성에 기초가 되는 올바른 역사인식, 그것에 대해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강조해왔다. 그동안 한일관계 돌아보면 한일관계가 무라야마 담화, 고노 담화 그것을 기초로 해서 바탕으로 깔고 이어져 온 것 아니겠나. 그것은 일본정부의 공식 입장이었다. 우리도 그것은 일본이 갖고 있는 확고한 공식입장이다 해서 그동안 이런저런 일이 있었어도 공식입장을 믿고 한일관계가 이어져 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국은 그렇게 가려 하는데, 자꾸 그것을 부정하는 언행이 나오니까 이것이 양국관계 협력의 환경을 자꾸 깨는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있다.양국 협력이 확대돼야 할 중요한 시기인데 이런 환경이 자꾸 깨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서 안타깝다. 저는 여태까지 한일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이 회담은 두 나라 관계발전에 도움되는 결과를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하고, 그런 준비 하에 추진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매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그 해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를 뽑고 있다. 올해의 사자성어로 ‘전미개오’(轉迷開悟·번뇌로 인한 미혹에서 벗어나 열반을 깨닫는 마음에 이르는 것을 뜻하는 불교용어)가 선정됐는데, 대통령께서는 이 사자성어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지난 한해 한중관계를 어떻게 평가하고, 앞으로 한중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 신년이 오면 사자성어로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전망하는 것 자체가 한국과 중국이 얼마나 인문적으로 가까운가 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전미개오’에 대해 뜻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물으셨다. 원래 그 뜻은 ‘욕심에 집착해서 살아가는 미혹된 마음에서 깨어나 사물의 실제 모습을 바로 보자’는 말로 이해하고 있다. 사실 저도 좀 사심없이 국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마음으로 임하고자 한다. 국민의 행복을 위한 일, 나라의 발전을 위한 일 외에는 전부 번뇌다, 쓸데 없는 생각이다, 라고 마음을 먹고 있다. ‘전미개오’는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는 반부패 정책과도 부합한다고 생각한다.한중관계의 미래에 대해 말하자면 지난해 6월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양국관계의 발전방향, 청사진에 대해 합의한 것에 잘 나와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중국과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서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으로 양 국민의 지지와 우의를 바탕으로 해서 양국 국민의 복리증진,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이것이 계속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