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9~10일 이틀 일정으로 브루나이 반다르스리브가완에서 열리는 ASEAN+3(한·중·일)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세계 경제의 견인축으로 부상한 동남아 국가들과 신뢰 구축에 나서는 한편 우리 기업들의 진출 확대를 모색한다.
ASEAN 데뷔 무대서 경제협력 기반 강화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참석한 ASEAN 관련 정상회의에서 정부의 동남아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원으로 부상한 ASEAN과의 경제협력 기반 강화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9일 한-ASEAN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협정(FTA) 등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하고, ASEAN과 ‘신뢰와 행복의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치·안보협력 강화를 통한 공동 평화 ▲경제협력 강화를 통한 공동 번영 ▲사회·문화협력 강화를 통한 공동 발전을 목표로 제시했다. 또 이러한 비전 달성을 위해 한-ASEAN 안보대화를 신설하고, 한-ASEAN 자유무역협정(FTA)을 내실화하는 한편 쌍방향 문화 교류를 촉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한국과 ASEAN은 서로를 중시하면서 상호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며 “앞으로 ASEAN 정상들과의 상호방문이 자주 이뤄져서 정치, 외교, 경제, 문화 등 모든 면에서 폭넓은 교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ASEAN+3와 EAS 의장국인 브루나이의 하싸날 볼키아 국왕과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브루나이에서 원활한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볼키아 국왕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특히 브루나이가 추진하고 있는 국책사업인 교량 건설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협조를 당부했다.
이경수 외교부 차관보는 센터포인트 호텔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이번 ASEAN 관련 정상회의와 EAS에 참석한 것은 우리 정부가 ASEAN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박 대통령의 ASEAN 무대 등장은 취임 첫 해 외교의 완성판”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7~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다자무역체제 확대와 보호무역주의 철폐를 강하게 주장하는 한편 주요국들과의 양자회담을 통해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글로벌 강대국 각축장 된 ASEAN
박 대통령이 이처럼 ASEAN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 지역이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란 점 때문이다. 특히 말라카해협은 우리 원유 수입량의 90%, 수·출입 물동량의 30%를 담당하는 해상통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ASEAN은 교역액 1311억달러(흑자액 272억달러)로 우리나라의 제2위 교역시장이다. 또 투자액은 43억달러로 제1위 투자대상지로 떠올랐다. 건설시장 수주액도 110억달러에 달한다.
회담 관계자는 “미국, 중국, 일본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동남아에 박 대통령이 방문한 것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美·中·日 정상 빠진 EAS서 리더십 발휘
박 대통령은 10일 ASEAN+3 정상회의에 이어 열리는 EAS에서 동아시아 지역협력 발전에 적극 참여하고, 공동체 실현을 위한 기여 의지를 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EAS는 아태지역 18개국이 참석하고 있는 회의체로 ‘미니 유엔’으로 불린다. 특히 이번 EAS는 박 대통령이 중견국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여파로 동남아 순방을 취소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두 불참한다. 이들 국가에선 존 케리 국무장관, 리커창 총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각각 대신 참석한다.
TPP 참여국과 연쇄 양자회담
박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에 이어 ASEAN 관련 행사에서도 브루나이, 싱가포르, 호주 등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국들과 연쇄 양자회담을 가졌다. 이로써 순방을 통해 양자회담을 한 TPP 참여국은 모두 6개로 늘었다.
박 대통령은 TPP 참여를 공식 선언하는 대신 참여국들과의 개별 FTA 협상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지난 8일 발리에서 열린 TPP 정상회의에서 참여국들이 연내 출범을 위해 노력키로 함에 따라 우리 정부의 전략이 수정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