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파' 천해성 경질..'매파' 국가안보실과 갈등설 증폭

  • 등록 2014-02-12 오전 11:34:24

    수정 2014-02-12 오전 11:34:24

[이데일리 피용익 김진우 기자]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에 내정됐던 천해성 전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이 돌연 교체되면서 국가안보실 내부갈등설이 증폭되고 있다.

천 전 실장은 지난 3일 안보전략비서관에 내정된 뒤 9일까지 청와대로 출근하면서 통일기반 구축 분야 업무보고, 중앙통합방위회의 등과 관련한 업무를 챙겼다. 그러나 10일부터는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전략비서관에는 전성훈 통일연구원장이 새로 발탁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천 전 실장 내정 철회 배경에 대해 “통일부의 필수 핵심요원으로 가장 중요한 인재여서 통일부 업무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다른 분으로 대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고,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부의 입장을 배려했다는 게 민 대변인의 설명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 같은 해명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필수 핵심요원’을 해당 부처와 적절한 조율도 없이 발탁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내부갈등설이 제기된다. 천 전 실장은 통일부의 대표적인 ‘비둘기파(대북 온건파)’라는 점에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 등의 ‘매파(대북 강경파)’ 라인과 갈등을 빚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천 전 비서관은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통일비서관실에서 근무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담당관, 남북회담 기획부단장 등을 지냈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통일부 대변인과 통일정책실장 등 요직을 맡았지만, 박왕자 씨 피살 사건, 천안함·연평도 도발 당시에도 ‘대화’를 강조해 보수 진영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천 전 실장이 안보전략비서관에 내정된 후 남북 사이에는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논의가 오갔다. 북한은 지난 8일 남북고위급 접촉을 제안했고, 청와대와 정부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열어 북한의 의도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비둘기파와 매파의 갈등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개성공단 재가동 관련 남북회담 3차 회담 직전인 7월15일 남북실무회담 수석대표였던 서호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이 김기웅 정세분석국장으로 교체된 바 있다. 당시에도 청와대와 정부의 ‘매파’ 라인이 서 전 단장의 유화적인 회담 태도에 불만을 제기해 경질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서 전 단장은 9월17일 남북출입사무소장으로 발령날 때까지 두 달 간 대기 상태에 있었다. 천 전 실장도 마찬가지 처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천 전 실장 내정 이틀만인 지난 5일 통일정책실장 직무대리로 김기웅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장을 임명했다.

일각에서는 천 전 실장이 신원조회 과정에서 탈락했다고 본다. 그러나 그가 과거 정부에서도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에 내정됐다가 1주일 만에 내정이 철회된 천해성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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