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잊었나..돌고래호 '人災' 정황 속속 드러나

  • 등록 2015-09-06 오후 7:43:36

    수정 2015-09-06 오후 7:43:36

[이데일리 피용익 장영은 기자] 지난 5일 저녁 제주 추자도에서 출발한 후 통신이 끊겼다가 11시간만에 전복된 채 발견된 낚시어선 ‘돌고래호’(9.77t·해남 선적) 승선객 중 3명이 구조되고 10명이 숨졌다.

이번에 사고가 난 돌고래호는 △돌풍 경고에도 무리하게 운항에 나선 점 △탑승자 명단과 실제 승선자가 다르다는 점 △승선자 대부분이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았던 점이 속속 드러났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에 이어 ‘안전불감증’에 의한 ‘인재(人災)’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명 승선해 3명만 구조

이평현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장은 6일 제주해양경비안전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전 6시25분께 추자도 섬생이섬 남쪽 1.1㎞ 해상에서 인근을 항해하던 어선 H호가 뒤집힌 돌고래호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돌고래호가 발견된 해상은 마지막 통신이 된 장소에서 4.5㎞ 정도 떨어진 곳이다.

현재까지 3명이 구조돼 해경 헬기로 제주 한라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발견된 시신은 총 10구다.

출항 신고 시 제출된 탑승자 명단에는 22명이 기재돼있지만 해경이 승선을 확인한 인원은 13명이며 탑승 기록 인원 중 4명은 승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군은 돌고래호 탑승자가 모두 21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경은 생존자나 사망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어선이 발견된 해상 주변에서 수색을 계속하고 있으며 “어선이 양식장 밧줄에 걸린 것 같다”, “너울이 많이 쳐서 배가 뒤집혔다”는 생존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구조 결정까지 20여분 걸려

해경이 돌고래호 사고 접수 후 첫 구조대를 보낼 때까지는 20여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돌고래호와 오후 7시~7시25분 사이 함께 출항한 돌고래 1호가 기상 악화로 회항한 뒤 해경 추자안전센터에 신고한 시간은 오후 8시40분이다. 이후 해경 추자안전센터는 23분 뒤인 9시3분께 해경 상황실에 보고했고, 오후 9시30분 추자안전센터 연안구조대가 사고 지점으로 추정되는 예초리 인근 해상에 도착했다.

현재 사고 해역에는 수색·구조작업을 위해 통영함을 비롯한 함정 8척과 P-3C 해상초계기, 고속정 등 해군·해경 함정 50척이 투입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주 추자도 낚시어선 전복 사고와 관련, “실종자들의 수색과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에게 지시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설치된 해양수산부를 방문해 관련 현황을 보고받고 신속한 실종자 수색 및 구조 활동을 당부했다. 황 총리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승선자) 구조”라며 “초동대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에도 안전불감증 참사

기상청은 5일 오후 5시 예보 때 남해상에 돌풍과 함께 천둥 번개가 치는 곳이 있겠으니 항해나 조업을 하는 선박은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돌고래호는 이같은 경고를 무시하고 무리해서 항해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점이 화를 키웠다. 구조된 승선자 이모씨는 “비가 와서 구명조끼가 축축해 승객 대부분이 착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다른 생존자인 박모씨는 “(사고 후) 나머지 낚시꾼들이 구명조끼를 허겁지겁 입거나 꺼내 든 채 바다에 뛰어들었다”고 증언했다.

탑승 인원도 정확히 확인되지 않아 사고 발생한 지 만 하루가 되도록 실종자가 몇 명인지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등 관리도 허술했다. 작년 세월호 참사 후 주먹구구식 선박 승선인원 관리가 큰 문제가 됐지만 제도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돌고래호는 2014년 11월 수리를 마친 뒤 선박안전기술공단으로부터 안전성 검사 확인서를 받았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돌고래호는 최근 10년간 총 6번에 걸쳐 안전검사를 통과했다. 그러나 안전검사가 형식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관할 지자체인 해남군은 서류와 구두로만 점검했을 뿐 현장에서 직접 안전점검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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