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만원 건넸다" 폭탄발언…라임사태, 靑·輿로 옮겨붙나

1.6조 피해 '라임 사태' 핵심 김봉현 "靑 수석에 돈 건넸다" 발언
검찰 수사 여권으로 확대될 듯
野 "검찰은 납득할 만한 공정한 수사해야…수사팀 독립도 고려"
  • 등록 2020-10-11 오후 2:19:30

    수정 2020-10-11 오후 9:54:32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피해액만 무려 1조6000억원, 피해 투자자가 4000여명에 달하는 이른바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가 고위직 정관계 인사가 연루된 권력형 범죄로 번질 모양새다. 라임의 전주(錢主)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청와대 전 수석에게 수 천만원을 건넸다는 폭탄 발언을 하면서다.

김봉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지난 4월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전 회장의 발언은 지난 8일 서울남부지검에서 열린 이모 스타모빌리티 대표 공판에서 나왔다. 이 재판의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회장은 “이 대표가 (강기정) 수석과 가깝게 지낸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7월 ‘교회 다녀오는 길에 전화가 와 오늘 만나기로 했다.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며 “표현을 ‘5개’라고 말해 집에 있던 돈 5만원권 5000만원을 쇼핑백에 담아 넘겨줬다”고 진술했다.

김 전 회장이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시점은 라임의 편법 거래 및 수익률 돌려막기 의혹 등이 막 불거지기 시작한 시기다. 라임사태의 무마를 위해 정치권의 로비를 한 것이라고 여겨지는 대목이다.

실제 김 전 회장의 다른 진술을 보면 이러한 정황은 더 확실하게 드러난다. 그는 “(수석을 만나고 온) 이 대표가 ‘수석이란 분이 김상조 실장에게 직접 전화해 화내듯이 억울한 면이 많은 모양’이라고 본인 앞에서 강하게 말한 것을 들었다고 설명했다”며 “이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잘 전달 됐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라임사태는 이 회사가 판매한 펀드가 대규모 손실이 나면서 시작된 사건이다. 부실을 알면서도 이를 은폐하고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김 전 회장은 라임펀드를 통해 자신이 실소유한 스타모빌리티에 투자를 받고 투자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투자자 자금이 김 회장 등 특정 인물에게 흘러 들어갔다는 것.

검찰은 정치권 연결 고리 역할을 한 이 대표를 통해 김 전 회장이 정치권에 로비,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에서 핵심 증언이 나온 만큼 실제로 강 전 수석이 김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건네받았는지 등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강 전 수석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늘 김봉현이 재판 도중 진술한 내용 중 저와 관련된 금품수수 내용은 완전한 사기·날조”라며 “금품수수와 관련해 한 치의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

다른 여당 정치인들 역시 검찰 수사를 받거나 받을 예정이다.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사하을 지역위원장은 김 전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한 서울남부지검은 기동민 민주당 의원을 최근 소환 조사했고, 다은 여당 의원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들 여당 의원은 김 전 회장에게 고가의 맞춤 양복을 선물 받거나 필리핀의 한 리조트에서 접대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야당은 이 문제에 대해 적극 공세를 펼치며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의힘은 지난 10일 논평에서 “피해액이 무려 1조6000억원대인 라임사태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회장이 강기정 당시 정무수석 이름을 거론했다”며 “검찰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는 물론, 수사팀 독립까지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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