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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주변 세력의 권력 싸움은 사실 여부를 떠나 박 대통령의 국정에 심각한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자칫 집권 3년차를 앞둔 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이같은 난국을 어떤 식으로 돌파할지 주목된다.
암투 밀리자 문건 유출로 역공했나
청와대에서 유출된 것으로 알려진 문건에는 정 씨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과 정기적으로 만나 국정 개입을 시도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작성 시점은 지난 1월이다.
문건 작성을 지시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박 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994년 마약류 투약혐의로 박 회장이 기소됐을 때 수사검사로 만난 것을 계기로 인연을 유지해왔다고 한다.
결국 박 회장 측은 암투에서 밀리자 문제의 문건을 언론에 유출함으로써 역공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그동안 ‘찌라시’로만 떠돌던 정 씨의 국정 개입설을 표면화해 ‘그림자 권력’의 입지를 좁히고자 한 것이란 해석이다.
청와대는 지난 28일 “근거없는 풍설을 모은 이른바 찌라시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 외에는 아직까지 별도의 공식 언급을 자제했다. 다만 한 관계자는 30일 “해당 문건의 내용은 싱크로율 0%라고 보면 된다. 그보다는 문건 유출 경위에 집중해야 한다”며 “모든 의혹들은 검찰 수사 결과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건에 등장하는 비서관 및 행정관 8명이 문건을 처음 보도한 언론사를 고소하고, 유출 경위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만큼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조직개편 통한 분위기 쇄신 가능성
그러나 야당이 정치 쟁점화에 나설 경우 사실 여부를 떠나 정국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운영위의 긴급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한정애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30일 국회 브리핑에서 1일로 예정된 청와대수석비서관회의를 언급하면서 “박 대통령은 ‘십상시 국정농단’ 논란에 대해 분명한 입장과 엄정한 처벌대책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직접 언급하기보다는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함으로써 내부 문건 유출 문제를 에둘러 지적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또는 ‘국정을 흔드는 근거없는 소문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는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국정을 흔드는 이슈가 불거졌을 때도 박 대통령은 즉각 입장을 밝히기보다는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후 사태를 ‘정리’하는 발언을 해왔다.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앞둔 상태에서 대대적 조직개편을 통해 청와대 참모진을 다잡고 분위기 쇄신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문고리 3인방’으로 지목돼온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의 거취가 어떻게 결정될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