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 물러선 北..박근혜 '신뢰와 원칙' 통했나

  • 등록 2013-06-06 오후 4:51:35

    수정 2013-06-06 오후 4:58:29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북한이 6일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 현안을 모두 포괄하는 남북회담을 제의한 것은 사실상 우리 정부가 요구해온 당국간 대화를 사실상 수용한 것이다. ‘신뢰와 원칙’에 기반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통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북한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강경한 대남기조를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제의는 전격적이다. 이를 통해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본격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는 평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것을 거듭 촉구했다. 그동안 북한에 보낸 일관된 메시지의 연장이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이 선택해야 하는 변화의 길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돼 함께 공동의 노력을 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 속히 고립과 쇠퇴의 길을 버리고, 대한민국과 국제사회가 내미는 평화의 손길을 용기있게 마주잡고, 남북한 공동발전의 길로 함께 나아가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또 “한반도 행복시대를 열어가는 큰 길에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도발 위협과 경제·핵 병진노선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제 북한은 어떤 도발과 위협도 더 이상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경제건설이란 병행노선은 병행할 수도 없고, 성공할 수도 없으며, 스스로 고립만 자초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은 지난 3월27일 개성공단 입출경 채널로 사용되는 남북간 군 통신선을 차단한 뒤 4월8일에는 북측 근로자를 철수시키며 사실상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시켰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사태 해결을 위해 수차례 당국간 대화를 제의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했다.

북한은 반면 민간단체를 통해 6.15 남북공동선언 공동 기념행사를 제안하며 이에 대한 거부 입장을 보이는 정부와 찬성 입장을 보이는 민간단체 간에 ‘남남갈등’을 조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출입기자들과의 오찬에서 “개성공단과 관련해 북한이 진짜로 입주한 우리 국민들을 생각했더라면 하루아침에 공단에서 인원을 철수시킬 수는 없다”면서 “그래놓고 지금 와서 정부는 상대하지 않고 민간을 상대로 자꾸 오라는 식으로 하면 누가 그 안위를 보장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당국간 대화가 먼저라는 원칙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자 북한이 코너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대화를 역제의하는 형식으로 우리 정부의 대화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공교롭게도 북한의 대화 제의는 박 대통령의 추념사에 대한 호응이라도 하듯 나왔다.

북한이 당국간 대화를 제의하면서 7·4 남북공동성명 41주년 공동 기념을 제안한 것도 주목된다. 이 성명은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정은의 조부인 김일성이 합의한 남북 최초의 공동성명이다. 박 대통령은 의원 시절인 지난 2002년 5월 북한을 방문했을 때 당시 북한 지도자인 김정일에게 7·4 남북공동성명의 의미를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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