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삼성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던 삼성전자(005930), 삼성물산(028260), 삼성SDS(018260) 주식은 홍라희 여사와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법정 비율(홍 여사 9분의 3, 세 남매 각각 9분의 2)대로 상속받았다. 삼성생명(032830) 지분은 세 자녀가 3:2:1 비율로 나눠 가졌다.
이번 주식 배분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유족들의 화합을 고려한 ‘황금 분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족들은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 지분 절반을 이 부회장에게 몰아주는 대신, 가장 가치가 큰 삼성전자 주식을 통해 재산권을 확보했다. 홍 여사는 삼성전자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이 부회장의 든든한 우군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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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생명 통해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로 돼 있다.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상속으로 삼성생명 지분 10.44%를 보유하며 2대 주주가 됐다. 개인으로는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했다. 이부진 사장은 6.92%, 이서현 이사장은 3.46%다.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안정적인 지배를 유지하기 위해 삼성 지배 구조상 삼성전자에 직결되는 삼성생명 지분을 이 부회장에게 가장 많이 상속한 것으로 해석된다.
고인의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S 주식은 법정 상속 비율대로 배분됐다. 그동안 재계에선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이 부회장에게 몰아줌으로써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지배력을 꾀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유족들은 삼성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주식을 법정 비율대로 배분하기로 합의했다. 이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라이온즈 비상장 주식 5000주는 유족들의 합의로 전부 대구시에 기부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안정적인 경영을 하면서 가족 간 우애를 돈독히 하도록 분할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 이건희 회장의 보유했던 삼성생명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이 50% 상속해 이 부회장 중심의 경영이 가능하도록 하면서도, 삼성전자 지분은 가족들이 법정 비율대로 배분해 각자의 재산권을 최대한 인정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홍라희, 이재용보다 많은 삼성전자 주식 보유
주식 상속이 마무리되면서 홍라희 여사는 삼성전자 지분 2.30%를 보유하며 개인 최대 주주가 됐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율은 1.63%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이면서 삼성생명의 2대주주로 올라선 만큼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커졌지만, 홍 여사가 이 부회장보다 많은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한 것은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홍 여사의 지분은 향후 또 다시 자녀들의 상속세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법정 비율대로 상속을 결정한 것은 상속세 분담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혹시 모를 재산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비록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크게 늘지 않았지만, 홍 여사 등 유족들의 지분은 헤지펀드 등 외부 세력으로부터 이 부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이 각각 호텔신라와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축으로 계열분리를 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그러나 지분 구조나 유족들의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같은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재계 시각이다. 삼성 울타리 안에서 각자 자율 경영을 강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편 이 회장의 유산으로 알려진 26조원 가운데 주식 19조원을 제외한 약 7조원의 현금과 부동산·미술품 등에 대한 유산 배분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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