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으로 하늘 못가린다'던 이완구 발언 새삼 주목

  • 등록 2015-04-21 오전 8:47:16

    수정 2015-04-21 오전 8:53:11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박형수 기자] 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밤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그가 2주 전 했던 발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총리는 지난 7일 세종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장폐천’(以掌蔽天·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는 뜻)이란 사사성어를 언급했다. 일본의 역사왜곡에 일침을 가한 말이었다.

그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엄연한 과거, 명백한 과거를 아베가 손바닥으로 가리겠나. 과거사를 부정하고 은폐하는 게 오래갈 수 없다. 어찌 오래 가겠나. 진실이라는 게 있는데”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같은 발언은 곧 스스로에게 되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여러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게’ 됐다는 얘기다.

물론 이 총리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은 아니다. 다만 그의 사의 표명으로 인해 검찰 수사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인 2013년 4월 4일 부여·청양지역에 출마한 이 총리의 캠프를 직접 찾아 3000만원을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특별수사팀이 본격적으로 ‘성완종 리스트’에 대해 수사하는 동안 이 총리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이 총리의 전 운전기사인 윤모씨가 “성 전 회장과 이 총리가 재보궐 선거 캠프에서 독대했다”고 말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 총리 측 인사가 윤씨를 회유하며 유리한 쪽으로 ‘말맞추기’를 시도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성완종 리스트’ 속 정치인 가운데 첫 번째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검찰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총리를 수사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났다. 현금 전달 당시 정황이 가장 상세하게 밝혀진 이 총리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수사팀이 이 총리의 금품수수 의혹을 규명할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 차량에 있는 하이패스 단말기, 내비게이션 등을 압수해 당시 성 전 회장의 행적을 복원하는 데 수사력을 모았다. 수사 과정에서 이 총리와 성 전 회장이 독대한 사실이 드러났고 부담을 느낀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완구 국무총리 (사진=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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