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까지만 해도 이 총리는 사퇴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그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35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국정 2인자로서의 직무를 수행했다.
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오후였다. 이 총리가 23일 열릴 예정인 대구도시철도 3호선 개통식에 불참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음을 짐작케 했다.
다만 이 때까지만 해도 이 총리가 박 대통령 귀국 전에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총리실 관계자들도 이 총리가 21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총리가 20일 오후 5시께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면서 총리실 분위기가 긴박하게 돌아갔다. ‘이 총리가 마음을 정한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 돌았다.
한편,이 총리는 역대 두번째 단명한 총리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재임 기간이 가장 짧았던 총리는 허정 전 총리다. 그는 1960년 6월15일 취임해 제2공화국 출범 직후인 같은 해 8월18일 물러났다. 재임 기간은 65일이다.
이 총리의 경우 사의 표명 시점까지 재임 기간은 두달을 갓 넘긴 64일이다. 박 대통령이 이 총리의 사의를 사실상 수용하면서도 사표를 아직 수리하지 않은 만큼 공식 기록상으로는 허 전 총리보다 재임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총리는 21일부터 업무를 중단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는 가장 짧게 일한 총리라는 기록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이 총리가 주재할 예정이었던 이날 국무회의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신 주재한다.
역대 단명했던 총리로는 노태우정부 시절의 노재봉·현승종 전 총리, 김영삼정부의 이회창 전 총리, 김대중정부의 박태준 전 총리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