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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기주 황현규 기자] 지난해 인천의 한 지역 중학교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한 남학생이 자신의 성기를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인근 여자중학교 불특정 다수의 학생에게 뿌렸기 때문이다. 일부 여학생은 이에 대해 성폭력을 당했다며 신고했으나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어려워 아직 제대로 된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초·중·고교 학교 내 성폭력이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처럼 SNS를 통한 성희롱뿐만 아니라 몰래카메라(몰카), 언어 성폭력 등 다양한 형태로 성폭력이 나타나면서 관계 당국은 이를 막기 위한 대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초·중·고 성폭력 가해학생, 3년간 85.4% 급증
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에서 확인된 성폭력 가해학생 수는 252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6년에는 1364명, 2017년에는 1685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3년간 무려 85.4%나 증가한 셈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성폭행 등 중대한 성범죄라기보단 경미한 수준의 성폭력이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며 “몰카 등 범죄가 많아져 가해학생 수도 늘었다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폭력에 대한 지식 늘어나 신고도 함께 증가”
성폭력 가해학생, 즉 징계를 받는 학생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학생들이 생각하는 성폭력에 대한 기준이 과거보다 엄격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과거에는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했던 행동들도 이제는 성폭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그만큼 신고도 늘어났다는 얘기다.
초등학교 교실 역시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충북 청주의 초등학교 교사 강모(27)씨는 “불과 3년 전과 비교해봐도 초등학생들이 느끼는 언어 성폭력의 예민도가 높은 것 같다”며 “기모찌(일본 성인물에서 유래한 말)라는 말에 여학생들이 성희롱이라고 느껴 기분이 나쁘다고 지적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도 장난을 치더라도 부적절한 신체접촉은 삼가라고 알려준다”며 “사춘기가 일찍 오다 보니 사소한 터치에도 성희롱이라고 느끼는 학생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민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장은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누구도 폭력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부분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바라보는 전인권적인 교육이 절실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경찰 등 관계당국은 새 학기를 맞아 성폭력 예방을 위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실제 경찰청은 지난 4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를 ‘신학기 성폭력 예방활동 강화기간’으로 지정해 운영한다. 이 기간 경찰은 학교폭력 특별예방교육을 진행할 때 주요 성폭력 유형과 대처 및 신고방법 등을 중점적으로 교육할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각 학교에 있는 학교전담경찰관(SPO)이 학교마다 주로 발생하는 성폭력 유형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맞춤형 예방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