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는 디지털 집단 성폭행이다[데스크의 눈]

AI 합성 사진·영상도 실제 촬영물처럼 처벌 필요
경각심 갖고 디지털 성범죄 뿌리 뽑는 계기 돼야
  • 등록 2024-08-28 오전 6:06:06

    수정 2024-08-28 오전 6:08:59

[이데일리 피용익 디지털콘텐츠 에디터] 2004년 경남 밀양시에서 집단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44명의 고등학교 남학생들이 중학생을 포함한 미성년자 여학생 5명을 무려 1년간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망을 보거나 촬영을 한 남학생들까지 포함하면 가해자는 119명에 달한다. 20년 전 우리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성폭행 사건이다.

2024년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딥페이크 성착취물 사건이 터졌다. 단체 채팅방 이용자들이 지역·학교별로 지인 여성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합성한 음란물을 공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교에 이어 중·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상당수는 미성년 여학생들이다. 각각의 채팅방 참여자는 1000명이 넘는다.

한 유명 딥페이크 성착취물 채팅방은 전 세계 참여자가 22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여성 사진을 올리면 인공지능(AI) 봇이 다양한 수위의 나체 사진으로 만들어 준다고 한다. 채팅방 참여자 가운데는 한국인도 상당 비중으로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길에서 마주치는 택시만큼이나 성범죄자가 우리 곁에 돌아다니고 있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딥페이크 영상을 공유하는 참여자들은 텔레그램의 익명성 뒤에 숨어 지인의 사진을 음란한 모습으로 합성해 공유하며 즐겼다. 죄책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메스꺼운 행위다. 이들에게는 딥페이크 성착취물이 AI 기술을 활용한 ‘재미있는 놀이’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사진과 영상은 진짜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지며,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느끼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우울과 불안 증세 등을 겪다 자살 충동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런 점에서 지금 텔레그램에서 일어나고 있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공유는 집단 성폭행이나 다름없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올해 다시 화제가 됐다. 가해자 119명 가운데 단 한 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고, 성인이 된 이들은 평온하게 일상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아직까지 이 사건이 회자되는 것은 경찰의 부실한 수사와 터무니없는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국민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텔레그램 성착취물 사건은 달라야 한다. 적극적 주동자는 물론 소극적 참여자까지 제대로 수사해서 엄중하게 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법 개정을 통해 딥페이크 성착취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성년자 딥페이크 성착취물은 실제 불법촬영물에 준해 제작·유포자는 물론 소지·시청자도 처벌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명백한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철저한 수사와 건전한 디지털 문화 교육을 주문했다.

대통령의 말로 그쳐서는 안 된다. 관련 기관과 부처가 디지털 성범죄의 뿌리를 뽑겠다는 각오로 경각심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 텔레그램 서버가 해외에 있어 피의자를 특정하기 어렵다거나 영상물이 실제가 아닌 ‘페이크’라는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면 끔찍한 집단 성폭행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몸짱 싼타와 함께 ♡~
  • 노천탕 즐기는 '이 녀석'
  • 대왕고래 시추
  • 트랙터 진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