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과 리 외무상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동시 참석하면서 일각에선 두 사람의 조우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그런 기회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과 리 외무상은 24일(현지시간) 오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주최한 오찬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반 총장,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같은 헤드테이블에 앉은 반면 리 외무상은 다른 자리에 배치돼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박 대통령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 때는 맨 앞자리에 리 외무상이 앉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연설을 경청했지만, 연설 시작 전 박 대통령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할 땐 옆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딴청을 피우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리 외무상의 조우는 없었지만,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뉴욕에서 남은 유엔 일정을 챙기는 만큼 남북 외교장관 대화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남북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의미있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견해도 많다. 정부는 지난달 11일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재개여부,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현안 전반을 논의하기 위한 고위급 접촉을 제의했으나 북한은 대북 전단살포를 중단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면서 거부하고 있다.
리 외무상은 최룡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함께 북한의 ‘실세’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말 장성택 전 국방위 부위원장 숙청 여파에 휩쓸려 숙청설이 나돌기도 했으나 올 4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외무상에 오르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리 외무상은 ‘리철’이란 가명으로 1998년부터 스위스 대사로 활동하면서 당시 스위스 유학 중이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후견인 역할을 했다. 이후 리히텐슈타인 대사, 네덜란드 대사를 지내는 등 유럽에서 오래 체류하면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금고지기 노릇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 외무상은 특히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적극적이고 세련된 태도로 다른 나라 장관들과 어울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는 박의춘·백남순 등 전임자와 다른 모습이란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리 외무상의 이번 유엔 총회 참석은 그동안 이어온 활발한 외교 행보의 연속으로 풀이된다. 북한 외무상이 미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1999년 백남순 당시 외무상이 유엔 총회에 참석한 이후 처음이다. 리 외무상은 오는 27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핵 문제 등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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