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기름값·인건비 빼고 나면
업주 손에 쥐는돈 고작 1리터=30원
휴지·생수 등 사은품 안준지 오래
인천 남구 주안동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모(48)씨는 최근 주유소 업계에 불어 닥친 불황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이씨는 “주유소가 부쩍 늘어 주유소 간 가격 경쟁도 심한 데다 정부가 기름에 물리는 세금도 그대로여서 수익을 내기가 전과 같지 않다”며 “휴지나 생수 같은 경품을 안 준 지도 오래됐다”고 귀띔했다.
한때 주유소 사장 직함을 내밀면 부자로 통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주유소 사장님은 동네 유지’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될 정도로 상당수 주유소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 공급이 늘면서 주유소 간 출혈경쟁이 심해진 데다 저유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수익 내기가 전보다 더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주유소가 직격탄을 맞은 가장 큰 이유는 저유가로 주유소들이 가격 출혈 경쟁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8일 기준 국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347.81원으로 편의점에서 파는 삼각김밥 2개 가격(1600원)보다 낮다. 정부에 내는 세금과 정유사에 주는 기름값을 뺀 주유소가 챙기는 금액은 100원 안팎. 여기에 인건비와 유통비 등을 떼고 나면 주유소가 챙기는 순수 마진은 30원 안팎이다. 휘발유값이 떨어지면 마진은 더 줄어든다. 주유소가 몰린 지역에선 이런 가격 출혈 경쟁이 더 심하다.
요즘은 주유소 안에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숍과 같은 편의시설을 갖춘 복합주유소가 새로운 풍속도로 떠오르고 있다. 기름만 팔아선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 양천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한 사장은 “워낙 가격 경쟁이 심해 마진을 줄여야 손님을 끌 수 있다”며 “이러다 마진이 10원으로 내려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