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기주 황병서 기자]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니는 어린이들이 집회·시위에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위협받고 있다. 특히 집회 현장에서 나오는 혐오발언이나 과격한 언사가 어린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교육 현장의 목소리다. 이에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지만 정작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데일리가 8월 1일부터 22일까지 경찰에 신고된 서울지역 집회 1128건(평일 기준)을 전수 분석한 결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주변지역(직선거리 50m 이내)에서 진행된 집회는 27.6%(312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집회 10건 중 3건은 어린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 8월 1~22일 경찰에 신고된 서울 전체 및 서울 내 유치원·어린이집 주변 집회 현황.(그래픽=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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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주변지역에서 집회나 시위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 법에서 주변지역을 정의하고 있진 않지만 다른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학교 주변지역’의 기준은 직선거리 50m다. 하지만 문제는 ‘학교’의 정의에 초·중·고등학교가 명시돼 있을 뿐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 탓에 교육현장에서도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데에 상당히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집회가 있는 날에는 실외 활동을 하기 어렵다는 하소연과 함께 어린이들이 집회에서 사용되는 단어를 따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서울 용산구의 한 어린이집 교사는 “집회에서 사용하는 단어라든지 접해보지 못할 과격한 단어를 따라해서 놀라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직장 어린이집이 위치한 부근에는 집회·시위가 열리고 있다.(사진=정윤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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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역시 표현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자칫 과격해질 수 있는 집회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다. 지난 2013년 19대 국회서부터 무려 11년간 어린이집과 유치원 주변의 집회·시위 금지 또는 제한을 골자로 한 총 5건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22대 국회가 열린 후 재차 이 법안을 발의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집회가 과열되다 보면 혐오발언이나 욕설이 나오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보여서는 안 될 모습”이라며 “집회의 소음으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