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양질의 '노동 수명' 늘리는 사회 합의·제도 필요"

[위트레흐트(네덜란드)=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네덜란드 정부에서 ‘라이프 러닝 카탈리스트’(Life Learning Catalyst·생활 학습 촉진) 프로젝트를 출범시켰습니다. 새로운 기술·직업 훈련 등 평생 교육을 통해 재취업 촉진·확산으로 지속 근로 환경을 증진하기 위함이죠. ‘회색화’(Vergrijzing·고령화 사회를 뜻하는 네덜란드어)에 맞게 양질의 노동 수명을 연장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훈련을 위한 제도적 활성화가 필요합니다.”

지난 6월19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에서 욥 스히퍼스(Joop Schippers) 경제학부 교수가 이데일리와 만나 고령화 사회 노동 시장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사진=김범준 기자)

욥 스히퍼스(Joop Schippers)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6월19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만나 고령화 사회에 따른 노동 시장 변화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1978년부터 위트레흐트 대학에서 유럽 노동·고용 시장에 대한 연구와 강의를 이어 온 노동경제학 석학이다. 네덜란드 학제 간 인구통계연구소(NIDI) 명예 제휴 연구원이자, 2020년부터 국가교육연구위원회(NRO) ‘프로젝트 교육·노동시장’(POA) 프로그램위원회 의장도 맡고 있다.

스히퍼스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평균 기대 수명은 늘었지만 출산율 감소로 젊은 신규 인력의 노동 시장 진출이 줄어들면서, 전통적인 세대 교체에 따른 인력 대체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여전히 건강하고 생산성이 있고 경험이 풍부한 60대 이상 노령 직원들의 고용을 연장·유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네덜란드 정부도 최근 사회적 합의로 국민보험 노령연금(AOW) 수령 연령(정년)이 2013년 이전 65세에서 올해 기준 67세(66년10개월)로 늘어났고 앞으로도 계속 단계적 연장될 예정”이라며 “실제 산업 현장에서 정년 이후에도 개인과 회사의 필요에 따라 계속 근로하는 경우를 감안하면 평균 은퇴 연령이 4년 더 올라간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스히퍼스 교수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제도의 변화가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더욱 오래 머물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는 동시에, 고용주들은 일할 사람이 부족한 상황에서 조직의 인적 자원 활용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정부에서도 일손 부족과 연금 지출 등 부담을 더는 효과도 있다고 봤다.

그는 “현재 고령층 중 적어도 4분의 1은 정년까지 근로하고 있고 비율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면서 “노동 시간을 줄이고 기존 임금의 75~80%를 받는 ‘정규직 파트타임’ 근로도 보편화 돼 있고, 퇴직 후 생활 학습 교육을 통해 새로운 분야나 조직에 재취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네덜란드 의회에서 민간연금과 기금을 운용하는 조직의 범위와 규모를 확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며 “민간 기업·단체 등에서 정년 연장과 함께 관련 보장을 넓혀 지속 근로 확장을 유인하도록 하고, 이는 정부의 세수 확대 등으로 이어지면서 사회보장 재원 확보를 늘려 부담을 낮추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통·번역 도움=김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