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이 뭐길래]2000원 오른 배경엔 '그'가 있다

[커버스토리④]정치권 비하인드 스토리
참모가 낸 묘수, 野가 덥석 수용
  • 등록 2014-12-05 오전 6:10:15

    수정 2014-12-05 오전 6:10:15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담뱃값 인상폭을 놓고 여야는 3개월 동안 치열한 논쟁을 거듭했다. 새누리당이 정부안인 2000원 인상을 요구한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서민 부담 가중을 우려해 1000~1500원 인상을 주장했다. 그러다 지난 3일 여야는 결국 2000원 인상에 합의했고,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해 내년 담뱃값은 4500원으로 오르게 됐다.

그런데 당초 정부의 담뱃값 인상폭 목표는 2000원이 아닌 1500원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1000~1500원을, 보건복지부가 2000원을 올리자고 각각 주장다가 인상폭을 2000원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당정 회의에선 2000원 인상은 과하다는 의견이 많아 1500원 인상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할 경우 세수 증대 효과가 3조원, 1500원 인상할 경우 2조50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당정 회의에서 나왔다. 1500원만 올려도 세수 증대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얘기였다.

그런데 청와대 보고 단계에서 최고위급 참모가 일종의 ‘아이디어’를 냈다고 한다. 담뱃값을 실제로 1500원 올리기 위해선 당정이 2000원 인상에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얼마를 올리든 야당이 반대할 테니 2000원을 올리겠다고 하고선 논의 과정에서 500원 양보해 결국 계획대로 1500원 인상하자는 논리였다. 당시 당정이 결국 2000원 인상에 합의한 데는 이 같은 입김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결과적으로 보면, 정부와 여당은 1500원 인상을 목표로 2000원을 ‘던져봤을 뿐’인데 야당이 이를 ‘덥석 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실제로 많은 이들은 여야 논의 과정에서 담뱃값 인상폭이 1500원으로 낮춰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여당은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을 관철시켰고, 야당은 개별소비세로 늘어난 세수 전액을 지방재정에 사용한다는 명분만 챙겼다.

흥미로운 점은 담뱃값 2000원 인상을 주도한 당정청의 핵심 인물들은 10년 전만 해도 정반대의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2004년 담뱃값 인상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모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기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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