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500마일의 질주..삼성 나스카 현장을 가다

삼성전자, 나스카 후원 9년째 맞아
"삼성전자는 믿을 수 있는 브랜드"
  • 등록 2010-04-20 오전 11:01:00

    수정 2010-04-20 오후 2:06:48

[포트워스(텍사스주)=이데일리 피용익 특파원]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이 반나절 동안 이어진다. 형형색색의 자동차들이 500마일(800킬로미터)을 쉴새없이 질주한다. 시속 200마일(320킬로미터)로 달리는 엔진 소리에 심장이 쿵쾅거린다. 이곳은 `삼성 모바일 500 나스카(NASCAR)`가 열리는 텍사스 모터 스피드웨이(TMS). 경기장의 한 가운데는 삼성전자 로고가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다.

삼성전자(005930)가 단독 후원하는 나스카 자동차 경주 대회가 1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 TMS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당초 18일 열릴 예정이었던 나스카는 비 때문에 하루 연기돼 월요일 오전에 열렸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10만명에 달하는 관중들이 운집해 트랙을 둘러쌌다. 자동차 경주 대회에 대한 미국인들의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준다.

나스카는 포뮬러원(F-1)과 함께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자동차 경주 대회다. 매년 8500만명의 미국인들이 경기를 시청해 미식축구 수퍼볼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스포츠 이벤트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2년부터 래디오색과 함께 나스카를 공동 후원해 오다 지난 2007년부터 단독 후원하고 있다.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 경기라는 나스카를 외국 기업이 단독 후원한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나스카는 미국 남부인들에게는 연중 최대 축제와도 같다. 이 경기를 보기 위해 최대 2500달러를 내고 1주일 전부터 RV(레크리에이션 차량)와 캠핑카에서 지내는 미국인들이 수만명에 이른다.

닷새째 RV에서 지내며 나스카를 기다려 왔다는 더그 윌리엄스 씨는 "10년째 매년 나스카를 보러 온다"며 "이곳(남부)에는 나스카를 위해 1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스카를 삼성전자가 단독 후원하는 것에 대해 "삼성전자 제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매우 친숙한 브랜드"라며 "외국 기업이 나스카를 후원하는 데 대해 거부감은 없다. 오히려 좋은 브랜드가 좋은 대회를 후원하니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8일에는 나스카를 관람하기 위한 인파가 몰려 들면서 TMS로 집입하는 도로가 극심하게 정체됐다. 그레이프바인 소재 게이로드 호텔에서 평소 30분 거리인 TMS는 3시간이 넘게 걸렸다. 헬리콥터에서 내려다 본 도로 풍경은 한국의 명절 귀경길을 연상케 했다.

▲ 에디 고사지 TMS 회장(왼쪽)과 폴 골든 삼성전자 CMO가 나스카 경기 중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피용익특파원)
사실 나스카 경기가 하루 연기됨에 따라 단독 후원사인 삼성전자 미국통신법인에는 한 때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그러나 각종 언론에 삼성전자의 로고가 하루 더 노출됐다는 점은 오히려 전화위복이었다.

폴 골든 삼성전자 미국통신법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날씨로 인한 악영향은 관중 수가 일부 줄었다는 것이 전부"라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TV로 시청을 하기 때문에 브랜드 홍보 효과가 줄어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나스카는 매우 열성적인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대회"라며 "이는 삼성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평가했다.
 
나스카 대회의 주최측에서 삼성전자에 거는 기대는 크다. 에디 고사지 TMS 회장은 경기장 한 가운데 위치한 삼성전자 전용 스위트룸을 직접 방문해 골든 CMO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그는 "삼성전자처럼 널리 알려진 대기업을 9년째 후원 파트너로 두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도움이 된다"며 "삼성전자는 걱정하지 않고 믿을 수 있는 브랜드"라고 말했다.

나스카 후원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집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북미 시장에서 휴대폰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배경에는 이처럼 철저한 현지화 마케팅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3년 전 나스카 대회에서 손대일 삼성전자 미국통신법인 법인장은 특파원들에게 "미국 휴대폰 시장에서 1등을 해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이미 현실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그 사이 무선통신의 패러다임은 근본부터 바뀌었다. 애플 아이폰의 등장 이후 스마트폰이 시장을 주도하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손 법인장이 올해 나스카 대회에 불참하면서까지 긴급히 서울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한 것은 삼성전자가 느끼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준다.

삼성전자는 나스카 후원과 같은 현지 밀착형 마케팅 지속과 최첨단 기술력을 활용한 제품 개발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손 법인장의 3년 전 발언이 오늘 현실이 됐듯이 골든 CMO의 약속도 지켜지길 기대해 본다.
 
"브랜드 파워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시장점유율입니다. 지금 삼성전자는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1등이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 출시되는 `갤럭시S`는 아이폰과 잘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조만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1등을 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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