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감성외교’ 시대다. 정상 간 만남이 활발한 현대의 정상외교에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중요하게 고려된다. 박 대통령이 교황에게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어로 인사하는 것처럼 상대방의 모국어를 구사하는 것은 친밀감을 나타내는 데 효과적이다.
언어 뿐만이 아니다. 정상회담에 임하는 각국은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 참모진의 세심한 연출과 정상의 능란한 연기도 필수다. 의전은 물론 만찬에서 제공하는 음식과 음악에도 철저한 전략이 숨어있다.
이 때문에 정상외교를 남녀 간의 연애에 비유하기도 한다. 상대방의 마음을 잘 움직이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반면, 자칫 기분을 상하게 만든다면 애당초 만나지 않으니만 못한 결과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데이트를 앞둔 남녀가 옷에 신경을 쓰듯이 정상회담에 나서는 박 대통령도 의상에 신중을 기한다. 박 대통령은 상대국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색상을 주로 택한다. 지난 1월 인도 방문 때 프라나브 무케르지 인도 대통령이 주최한 만찬에서는 녹색 치마와 노란색 저고리를 착용했다. 인도의 국기 색깔을 연상시키는 색 배합이었다. 앞서 지난해 9월 러시아 방문 때는 러시아 국기의 색깔인 흰색과 파란색, 빨간색 재킷을 행사에 따라 바꿔가며 입었다.
분위기를 살리는 음악도 필수다. 지난 7월 방한한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마친 박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를 초청해 국빈만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한국 인기 걸그룹 미쓰에이의 중국인 멤버 지아와 페이가 배석했다. 이들은 중국인들에게 익숙한 민요 ‘모리화(茉莉花)’를 불렀다. 특히 이날 만찬에서는 중국 ‘국민가수’ 출신이기도 한 펑 여사의 대표곡 ‘희망의 들판에 서서(在希望的田野上)’를 CBS 소년소녀합창단이 합창해 펑 여사가 깊이 감동했다는 후문이다.
유독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의 정상외교 이면에는 이처럼 철저하고 세밀한 감성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