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윤창중 대통령비서실 대변인을 전격 경질했다. 새 정부 출범 73일 만이다.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로스앤젤레스(LA) 밀레니엄 빌트모어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브리핑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 수석은 “윤 대변인이 방미 수행 기간중 개인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됨으로써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고 국가 품위 손상시켰다고 판단했다”고 경질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경위는 주미대사관을 통해 파악 중이며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투명하게 밝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수석은 공식 브리핑에 앞서 기자들에게 “여러분의 협조를 받아서 박 대통령의 방미가 아주 잘 됐다는 국내 칭찬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내부적으로도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불미스러운 일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지난 8일 워싱턴에서의 일정을 마친 후 LA로 이동하지 않고 돌연 귀국해 그 배경을 둘러싸고 궁금증이 일었었다. 현지에서는 윤 대변인이 워싱턴 주미 대사관 인턴을 성추행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미주 최대 여성 커뮤니티인 ‘Missy USA’에는 이날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이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 수행 중 대사관 인턴을 성폭행했다고 합니다. 교포 여학생이라고 하는데 이대로 묻히지 않게 미씨님들(커뮤니티 이용자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번 행사 기간 인턴을 했던 학생이라고 합니다. 사실입니다. 도와주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네티즌들 사이에 빠르게 확산됐다.
새정부 출범 73일만에 낙마
윤 대변인은 한국일보와 KBS를 거쳐 세계일보에서 정치부장을 지냈고, 1999년 문화일보로 옮겨 정치분야 논설위원 및 논설실장을 역임하는 등 30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2011년 말 문화일보 논설위원을 끝으로 현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윤창중 칼럼세상’이라는 블로그를 만들어 정치분야의 칼럼을 써왔다. 대선 과정에서 야권 후보들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칼럼을 다수 올려 진보진영으로부터 ‘극우 보수’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적어도 박 대통령은 윤 전 대변인의 업무 스타일을 평가해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실제 윤 전 대변인은 신중하고 절제된 언행으로 박근혜 정부 초기 각종 혼란을 성공적으로 방어하면서 새 정부 출범 안착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첫 해외 방문을 수행하던 도중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면서 현지에서 경질되는 사건으로 짧은 공직 생활을 마무리했다.
이번 윤 대변인의 낙마는 방미 성과를 토대로 국정 운영에 탄력을 기대했던 새 정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