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10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
네거티브 선거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지만, 이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유권자에게 후보를 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도 네거티브 선거는 일반화돼 있다.
네거티브 전략의 대표적인 방법은 상대 후보의 인품, 기록, 견해를 공격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문제삼고 있는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과거 인터넷방송 ‘막말’이 대표적이다. 김 후보의 과거 발언 기록을 통해 그가 어떤 견해를 가진 인물인지 유권자들이 판단하라는 주문이다. 민주통합당은 문대성 새누리당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해 그의 인품을 깎아내린다.
상대를 공격하는 이유는 자신과 비교하기 위해서다. 김용민 후보의 막말을 비난함으로써 새누리당은 여성, 노인, 기독교의 편이 자신들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문대성 후보의 논문 표절을 의혹을 제기하면서 민주통합당은 도덕적인 우월성을 외친다.
실제 새누리당은 과거 한나라당 의원들의 ‘막말 연극’이 들춰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민주통합당의 경우 정세균 후보(서울 종로)의 논문 표절 의혹이라는 악재를 만나기도 했다.
진실이 아닌 것에 기초한 허위 사실 유포만 아니라면 유권자 입장에서 네거티브 선거가 나쁠 것은 없다. 적어도 특정 후보의 막말이나 표절이 뒤늦게 드러나는 것보다는 긍정적이다.
문제는 선거 유세가 지나치게 폭로전 일색으로 흐르면서 공약이 실종됐다는 점이다. 유권자는 김용민 후보의 막말 내용은 알아도 그가 어떤 공약을 내걸었는지 모른다. 문대성 후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선을 선택해야 할 선거가 최악을 피하는 선거로 변질됐다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상대방이 더 나쁘다는 폭로만으로는 유권자의 표를 잡아두기 어렵다. 네거티브 전략의 마무리는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약속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