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를 내놓고 계시는 분들도 있고, 얼마 전에는 젊은 사람이 팬티만 입고 있었어요. 혼자 들어가면 위축될 수밖에 없죠.” (계량기 검침원)
통신설치·수리기사나 요양보호사 등 가구방문 노동자 상당수가 폭력이나 성범죄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기관이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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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방문 노동자란 설치·수리노동, 가스안전점검, 상수도계량기검침, 재가요양보호, 방문간호, 다문화가족 방문교육지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가구를 방문해 업무를 처리하는 노동자를 뜻하는 말이다.
실제 조사 대상 가구방문 노동자 796명 중 206명(25.9%)은 고객으로 부터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었고, 56명(7.0%)은 무기를 사용한 위협을 받았다. 또한 176명(22.1%)은 성희롱을, 16명(2.0%)은 성폭행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가구방문 노동자는 “망치를 들고선 살작 내리치면서 자신이 이전에 설치기사와 싸운 적이 있다고 말을 하는 일이 있었다”며 “언제 갑자기 저 망치로 사람을 내리칠지 몰라 계속 뒤를 의식하면서 일을 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노동자는 “사전방문 약속 시점에 맞춰 문을 열어놓고 샤워를 한다든가 업무를 보고 나서 나올 때 따로 수고비를 챙겨주면서 연락처를 넘겨주고 연락해 만나자고 하는 경우가 있다”며 “최근에는 성추행 문제로 퇴사자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 노동자는 “요양보호사인데 도배를 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옥상 화분 나르기나 상가가 있는 집은 계단청소까지 시키고, 개 산책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구방문 노동자들 상당수가 비정규직이어서 이러한 불합리한 대우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실제 응답자의 45.9%는 비정규직이었는데, 요양보호 업무의 경우 85.5%로 가장 높았고, 사회서비스 일반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58.7%는 비정규직이었다.
인권위는 관계자는 “이날 발표되는 실태조사 결과와 전문가 및 관계부처와의 논의 내용을 검토해 앞으로 가구방문 노동자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