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까리 기름, 김건희`만 남은 제1야당의 대정부질문 [국회기자24시]

野 강성 의원들, 한동훈 장관에게 집중
"왜 깐족대냐" "누나라고 부르나"…비난·조롱 불거져
  • 등록 2023-02-11 오전 9:15:00

    수정 2023-02-11 오전 9:15:00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국정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해 국정에 대한 국민의 궁금점을 해소함으로써 정부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하는 것. 지난 6~8일 진행된 ‘대정부질문’의 사전적 의미입니다.

하지만 국회 제 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중에서도 강성으로 꼽히는 의원들의 모습을 보면 이 의미를 제대로 살렸는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의 신경전은 ‘대정부질문’보다는 ‘싸움’에 가까운 모습이었죠.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시작은 대정부질문 첫날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이었습니다. 정 최고위원은 한 장관을 부른 후 “김건희 여사와 친합니까”라며 발언을 시작했습니다. 정 최고위원은 “카톡(카카오톡) 332건 했는데, 안 친한데 카톡을 왜 자주 하냐. 김건희 여사 녹취록을 보니까 ‘한동훈, 한동훈’ 하던데 서로 반말 하냐” 등 국정과는 다소 거리가 먼 질문을 했죠.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언제적 이야기를 하시는지 모르겠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한 거고, 제가 그거 여러번 설명드렸다. 의원님은 안 보는 자리에서 ‘한동훈님, 한동훈님’ 그러나. 그냥 이름 부를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맞받으며 처음부터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 의원은 “장관은 참기름 들기름 안 먹고 아주까리 기름을 먹느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한 장관이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자 정 의원은 “아주까리 기름. 왜 이렇게 깐족대냐”고 답했습니다.

이날 대정부질문 주제였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엔 수많은 현안이 쌓여 있었지만, 이날 정 의원의 ‘아주까리 기름’ 발언은 이날 대정부질문의 최대 화두가 되며 모든 이슈를 삼켰죠.

김 여사에 대한 논쟁은 8일 대정부질문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이날도 민주당 강경파 의원은 한 장관을 향해 ‘카톡’ 질문을 던졌습니다. 장경태 의원은 한 장관에게 “김 여사와 매우 가깝다는 이야기도 있고, 카톡을 330여회 이상 주고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중요한 건 호칭을 어떻게 하느냐”며 “누나라고 부릅니까? 형수라고 부릅니까? 아니면 사모님, 김건희씨라고 부르느냐”고 질문했습니다. 이 질문에 한 장관이 “물으실 게 그거밖에 없느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죠.

사법제도와 관련한 질문에서도 실수가 나오며 대정부질문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모습도 나왔습니다. 김남국 의원은 자신이 지난 2020년 8월 발의한 검사 기피 신청 관련 법을 언급하면서 “이 법안이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데) 어떻게 이재명 방탄법이 될 수 있느냐”고 한 장관의 과거 발언을 비판했는데요.

이에 대해 한 장관이 “검사에 대한 기피를 허용하는 나라가 있느냐”고 묻자, 김 의원은 “오스트레일리아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김 의원이 발의한 검사 기피 제도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보고서를 보면 검사 기피를 허용하는 나라는 ‘오스트레일리아’가 아니라 ‘오스트리아’로 설명돼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웃음거리가 돼 버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이번 대정부질문에서 국민들의 기억에 남는 건 이 같은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의 한 장관의 싸움밖에 없었죠. 에너지 가격 폭등과 같은 생활과 밀접한 현안 뿐만 아니라 심화하는 무역적자, 한·미·중·일 외교 등 산적한 문제들이 많았지만 정치적인 문제가 이를 모두 덮어버린 셈입니다. 최근 윤심(尹心) 잡기에 몰두한 여당의 날이 무딘 것은 차치하더라도 정부를 향한 제 1야당의 칼끝이 방향도 못 잡고 있는 것이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류호정(오른쪽) 정의당 의원이 8일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 류 의원 SNS)
이 때문에 오히려 원내 소수정당인 정의당 소속 의원의 대정부질문이 더 돋보였습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한 장관을 향해 “저는 김건희 여사나 천공 얘기 같은 건 안 하고 정책 질문만 할 테니까 너무 전투력 발휘 안 하셔도 될 것 같다”고 질문을 시작한 후 비동의 강간죄의 입법 필요성에 대해 한 장관과 의견을 주고 받았습니다. 고성이나 비난, 조롱이 없는 이상적인 대정부질문의 장면이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이 국민에게 이런 평가를 받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일까요? 더 진중하고 존경받는 정치권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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