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또 하나의 스토리가 생겼다” vs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
 | 정승원(서울)이 득점 후 대구 팬들을 향해 달려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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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리그에서 크게 회자됐던 ‘골 세리머니’에 대한 시선이다. 지난 주말 국내 축구계를 뜨겁게 달군 건 정승원(FC서울)이었다. 정승원은 지난달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6라운드 대구FC전에서 1-2로 뒤진 후반 45분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동점 골을 터뜨렸다.
극적인 상황에 골보다 더 인상적인 세리머니가 나왔다. 정승원은 반대편 골문 방향으로 전력 질주를 시작했다. 그는 원정팀 대구 팬들이 있는 관중석 앞에 서서 한 손을 귀에 갖다 대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경기 내내 자신을 향했던 야유에 대한 응답이었다.
대구는 정승원의 친정팀이다. 2017년 대구에서 데뷔한 뒤 2021년까지 활약했다. 대구에서만 리그 121경기를 뛰었다. 이후 수원삼성, 수원FC를 거쳐 올해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 대구 시절 정승원.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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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승원(서울).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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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원과 대구가 헤어지는 과정은 아름답지 않았다. 마지막 시즌이 된 2021년을 앞두고 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으며 한국프로축구연맹 연봉 조정까지 갔다. 시즌 막판에는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 등으로 팬들과도 대립했다. 이후 대구 팬들은 정승원을 향해 야유를 보냈고 정승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맞대응했다. 그리고 이날 극적인 상황 속에 정면으로 마주했다.
곧장 팀 동료 김진수와 최준이 달려와 정승원을 가로막으며 상황이 악화하진 않았으나, 이들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알 수 없다. 정치인, 오승훈 등 대구 선수들은 곧장 정승원을 향해 항의하며 달려들었고 양 팀의 신경전으로 번졌다. 경기 후 정승원은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며 “팬들에게 성장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세리머니 배경을 설명했다.
양 팀 사령탑의 반응은 엇갈렸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감정”이라고 했고, 박창현 대구 감독은 “굳이 서포터즈석까지 가서 세리머니를 한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연맹 상벌 규정에 따르면 ‘관중에 대한 비신사적인 행위’는 징계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연맹은 감독관 회의를 통해 “모욕적인 손짓이 아니었고 동료들이 말려 관중 소요 사태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상벌위원회로 넘기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주민규(대전)가 울산을 상대로 득점한 뒤 세리머니를 자제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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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뒤엔 상반된 장면이 나왔다. 주민규(대전하나시티즌)가 울산HD를 상대로 결승 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주민규는 지난 시즌까지 울산에서만 97경기를 뛰었다. 리그 우승, 득점왕 등 영광도 누렸다.
경기 후 주민규는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으나 울산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이 있다”며 “절대 세리머니를 하지 못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친정팀을 향한 세리머니 자제는 강제성이 없다. 하지만 선은 지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나친 자극으로 충돌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승원을 지도했던 김은중 수원FC 감독은 “(정승원을)이해는 하지만 존중해야 한다”며 “프로 선수라면 자기 편을 만들 줄 아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