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선거제 패스트트랙 연대…대치정국 돌파구 또는 걸림돌

협상 마지노선 내달 10일…지도부·간사 협상 병행 예정
개혁법안 처리 급한 與…선거제 개편 통큰 양보할까
연대 깨지면 與 국정 장악력↓…야3당, 민주-한국당 연대 우려
  • 등록 2019-02-26 오후 5:51:26

    수정 2019-02-26 오후 6:01:13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25일 오전 국회의장 집무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민주평화당 장병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문 의장, 자유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사진 = 연합뉴스)
[이데일리 조용석 한정선 박경훈 김겨레 기자] 선거제도 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자는데 공감대를 이룬 여야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세부협상에 돌입했다. 선거제 개혁에 사활을 건 야3당과 답보상태인 개혁법안 처리가 급한 민주당이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패스트트랙 연대가 깨질 경우 국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냉각돼 사실상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협상 마지노선 다음달 10일…지도부·간사 협상 병행 예정

26일 오후 국회 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인 정의당 심상정 의원, 민주당 간사인 김종민 의원, 바른미래당 간사인 김성식 의원은 비공개 회동을 열고 선거개혁 관련 패스트트랙 단일안을 만들기 위한 세부논의를 시작했다. 이날 오전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선거법 관련 (세부적인)이야기는 국회 정치개혁특위 각 당 간사를 통해 의견이 교환돼 있기에 공감대가 압축된 상태”라고 단일안 도출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낙관했다. 여야4당은 간사간 논의와 함께 지도부 협상도 병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세부협상이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야3당은 정당 지지율에 따라 확대된 비례의석수를 배분하는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준연동제·복합연동제·보정연동제 등 이른바 ‘한국형 연동제’ 도입이 공식입장이기 때문이다.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할 경우 비례의석을 소수정당이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아 민주당으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야3당이 요구하는 의원정수 확대 등도 민주당과 의견이 엇갈린다.

더 큰 문제는 협상을 벌일 수 있는 시간이 열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여야4당이 단일안을 도출한 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다 해도 최장 330일이 걸린다. 3월10일에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돼도, 330일을 다 사용할 경우 내년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불과 두 달 앞둔 2월10일에야 처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선거구 획정 등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이보다 늦게 선거법이 통과할 경우 21대 총선에 적용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3월10일 내에 세부안 협상이 불발될 경우 패스트트랙 연대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전날 “다음달 10일을 기한으로 본다. 그것을 넘어가면 의미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개혁법안 처리 급한 與…야3당에 통 큰 양보할까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제안한 ‘선거제 패스트트랙 연대’를 받아들인 것은 검경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사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과 같은 사법개혁 관련 법안, 상법개정안 등을 처리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본다. 협조 가능성이 없는 한국당을 설득하기 보다는 야3당과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 처리하는 것이 더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선거 국면에 접어드는 4월 이후에는 사실상 법안처리가 어렵기에 그에 앞서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앞으로 4당 의견 조율을 통해 민생입법 및 개혁입법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올리는 방향을 논의할 것”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법, 국정원법, 공정거래법, 상법 등 한국당 반대로 지금까지 국회서 처리되고 있지 못한 과제들을 논의 테이블에 올릴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선거개혁 이외 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것을 두고 야3당 사이에서도 온도차가 크다. 정의당은 민주당과 뜻을 같이 하지만,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은 선거 관련 법안으로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공수처법과 공정거래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같이 올리는 것은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민주당의 속내를 들여다 봐야한다. 아직 무슨 속내인지를 모르겠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야3당으로서는 민주당이 원하는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을 잡고, 선거 세부안을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한 치열한 줄다리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과 야3당간 패스트트랙 연대가 실패할 경우 이후 정국이 걷잡을 수 없이 냉각될 것으로 본다. 한국당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민주당으로서는 야3당과 공조관계마저 실패할 경우 남은 기간 국정을 끌고갈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 연대가 대치정국의 돌파구가 아닌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야3당에서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연대가 깨질 경우 지난해 예산안을 처리할 때처럼 한국당과 공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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