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래의 CEO스토리]교수 창업? 왜 안돼?

에스엔유 창업한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외환위기 당시 "의병 일으킨다" 각오로 창업
하지만 당시 교수 창업은 불법, 국회 등 찾아 호소
1년 반 노력 끝에 법 고쳐, 이후 교수 창업 이어져
  • 등록 2019-02-23 오전 2:00:00

    수정 2019-02-23 오전 2:00:00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박희재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에겐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우선 서울대 실험실 1호 벤처기업인 에스엔유(080000)프리시젼 창업자다. 이와 동시에 국내 1호 ‘교수 기업가’이기도 하다.

박 교수는 서울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후 정부로부터 국비장학생으로 선발돼 영국 맨체스터대로 건너가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포스텍 교수를 거쳐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로 자리를 잡았다. 안정적인 교직 생활을 하던 박 교수. 그에게 있어 1997년 말 불어닥친 외환위기(IMF)는 인생에 있어 크나 큰 전환점이 됐다.

박 교수는 평소 국가의 돈으로 공부를 한 만큼 나라가 어려울 때 반드시 기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결국 1998년 2월 제자들과 함께 서울대 실험실 안에 에스엔유를 창업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한다는 각오를 세웠다. 그는 “의병을 일으키는 마음으로 창업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그는 제자들과 함께 디스플레이 검사장비 등 이전까지 일본 등지에서 수입해온 제품에 대한 국산화에 본격 나섰다.

하지만 창업 후 뜻하지 않은 난관이 찾아왔다. 당시 만해도 교수는 법적으로 창업을 할 수 없었다. 교수로서의 창업이 ‘사적 이익을 취할 수 없다’는 교육공무원법 조항에 저촉됐던 것. 졸지에 범법자가 된 박 대표는 “불합리한 법을 바꾸겠다”며 당시 국무총리실과 국회, 중소기업청(현 중소벤처기업부) 등을 찾아다니며 교수 창업의 타당성을 호소했다. 그렇게 1년 반 동안 노력한 끝에 1999년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교수도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는 한줄 조항이 들어갈 수 있었다. 교수 창업의 길이 열린 것이다.

박 교수 이후 교수 기업가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성영철 제넨텍 회장(포스텍 교수)과 김형준 비아트론 대표(홍익대 교수), 차근식 아이센스 대표(광운대 교수), 김수연 피씨엘 대표(동국대 교수) 등이 그렇다. 교수 창업 원조인 박 대표는 이후 에스엔유를 글로벌 디스플레이 장비기업으로 키워냈다. LG디스플레이 등과 거래하는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17년 기준 1162억원에 달했다.

박 교수는 2016년 말 에스엔유를 에스에프에이(056190)에 매각하며 기업가로서의 활동을 접었다. 당시 보유 주식을 주가보다 10% 낮은 금액, 여기에 통상 매각 금액의 20∼30% 정도 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조차 받지 않았다. 박 교수는 “에스에프에이와 힘을 합쳐 글로벌 유기증착장비 시장에서 일본 경쟁사와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고 당시 회사 매각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박 교수는 교직 활동 외에 산업통상자원부 R&D전략기획단장(차관급), 청년희망재단 이사장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다. 현재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회장을 역임 중이다. 최근에는 포스코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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