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교도소서 바비큐 파티를?” 재범률 2.6% 소망교도소

텃밭가꾸기부터 음악치료까지 교정프로그램 30종
재범률 2.59%로 전국 평균 22.4%보다 19.8% 낮아
  • 등록 2014-02-03 오전 7:00:00

    수정 2014-02-03 오전 7:00:00

[이데일리 유선준기자]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외룡리 소망교도소. 이곳은 국내 최초의 민영교도소다. 소망교도소는 2010년 12월 개신교 교회들이 헌금을 모아 21만여㎡ 부지 위에 수용동과 직업훈련시설, 강당을 갖춰 세운 곳이다. 건설비만 288억원이 투입됐다. 운영은 개신교에서 설립한 ‘아가페재단’이 맡고 있다. 정원은 300명이지만 현재는 290명이 수감돼 있다. 교회에서 세운 곳이다 보니, ‘크리스천 모범수들을 위한 곳’ 아니냐는 오해를 받곤 한다.

하지만 이곳 재소자 중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 비율은 60%가 넘는다. 소망교도소 재소자는 다른 교도소 재소자와 입소 예정자(20~60세 남성) 중 본인의 신청을 받아 소망교도소 직원의 면접을 거친 후 법무부가 최종 결정한다. 면접에선 교화 의지가 얼마나 강한 지를 본다. 다만 남은 형기가 7년 이하, 전과도 2범 이하여야 한다. 조직폭력·마약·공안사범도 입소가 제한된다.

수용동은 영화에서 흔히 접하던 교도소 그대로지만 재소자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특히 식당은 회사 구내식당과 큰 차이가 없다. 이 교도소는 다른 국내 교도소와 달리 한 식당에서 재소자들과 교도관들이 같은 메뉴로 함께 식사를 한다. 밥을 짓는 사람도 배식을 해주는 사람도 모두 재소자들이다. 배식구를 통해 감방 안에 식판을 밀어 넣는 비인간적인 모습은 이곳엔 없다. 이곳에선 재소자들을 호칭할 때도 번호 대신 이름을 부른다. 인성교육의 시작이다.

오후 시간에 찾은 강의실에선 입소 5~6주차된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기초 인성교육이 한창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진행하는 수업이다. 소망교도소는 30개가 넘는 교화프로그램을 요일별로 진행한다. 텃밭을 가꾸며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에서부터 마음을 진정시키는 음악·미술 치료까지 30여 종의 교화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김무엘 소망교도소 교육교화과장은 “재소자 교화를 위해 시설부터 운영 방식까지, 재소자들이 인간답게 대우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동남아 국가에서 교화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이곳을 찾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소망교도소도 브라질의 휴마이타 기독교 민영교도소와 미국의 제2 제스터 교도소를 벤치마킹한 곳이다. 휴마이타 기독교 민영교도소는 재범률 75%의 악명높은 브라질에서 4%대의 낮은 재범률을 기록,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제2 제스터 교도소 또한 재범률이 6%대에 불과하다. 두 곳 모두 기독교 선교단체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교화 교도소다.

소망교도소의 명물은 야외 바비큐 파티다. 1년에 두 번 전 재소자들이 교도소 마당에 모여 역할을 나눠 불을 피우고 불판을 올려 고기를 굽는다. 다른 교도소에선 당연히 금지돼 있는 행사다. 불을 피우기 위한 장비 등 언제든 흉기로 돌변할 수 있는 물건들을 든 재소자들을 한 곳에 모아놓지만 단 한번도 사고가 난 적이 없다. 이 역시 인성교육의 일환이다. 지난해 소망교도소 재범률은 2.59%. 전국 평균인 22.4%에 비해 19.8%포인트나 낮다.

심동섭 소망교도소장은 “국내 첫 민영교도소인 만큼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면서도 “소망교도소의 교화프로그램이 다른 교도소로까지 확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망교도소 수형자들이 바비큐 파티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사진=소망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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