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GO를 찾아서]원조 노맥집 '을지 OB베어'…옛 향수 자극

노가리골목 생성 원조... 아직도 옛 모습 간직
개업 당시 1백원이던 노가리 안주값...40년 지난 지금 단돈 1천원
냉장숙성 생맥주로 인기
  • 등록 2020-02-22 오전 12:05:00

    수정 2020-02-22 오전 12:05:00

서울 중구 노가리 골목에 위치한 ‘을지 OB베어’ 입구 모습 (사진=김민정 기자)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언제부터인지 힙스터들의 성지라 불리며 ‘힙지로(Hip+을지로)’로 일컬어지고 있는 을지로. 이곳은 한국판 옥토버페스트(독일 뮌헨의 대표적인 맥주 축제)로 불리는 노가리 골목이 자리하고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에 위치한 노가리 골목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을지페스타’다. 이는 독일의 유명한 맥주 축제를 패러디한 이름으로 거리 전체가 맥주를 즐기려는 애호가로 들썩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이곳은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몰려들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꼭 방문하는 코스 중 하나다.

서울 중구 노가리 골목에 위치한 ‘을지 OB베어’ 내부 모습 (사진=김민정 기자)
노가리 골목은 ‘을지OB베어’에서 처음 노가리를 안주로 팔면서 시작했다. 이후 다른 가게가 하나둘 들어서면서 서울의 명물 골목이 된 것.

이 골목의 시초라 불리는 을지OB베어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발을 내디딘 동양맥주(현 오비맥주)가 OB베어 브랜드를 단 체인점을 모집하면서 생겼다. OB베어 체인점 1호 가게가 바로 이곳인 셈이다.

평일 이른 저녁 시간에 방문했지만 이미 시원한 생맥주와 노가리를 즐기는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19.8㎡(약 6평) 규모의 가게 안에는 벽돌로 된 오래된 고정 탁자와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맥주잔들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끼게 했다.

다만 내부가 좁은 탓에 10여명 밖에 자리하지 못했다. 이에 가게 옆 주차장 안에도 간이 테이블을 설치해 장사를 하고 있었다.

서울 중구 노가리 골목에 위치한 ‘을지 OB베어’ 생맥주와 안주들 (사진=김민정 기자)
이곳은 단순히 오래된 곳이 아니라 그 맛 또한 특별했다. 그 비밀은 주 메뉴인 생맥주와 노가리에 있었다.

메뉴에 적힌 이름처럼 ‘냉장숙성 생맥주’는 이곳만의 오래된 노하우이자 노력이 담긴 메뉴다. 맥주통은 냉장고에 직접 연결한 디스펜서로 뽑도록 설계되어 있었는데 이는 맥주 맛을 잘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맛을 본 손님들은 “맥주 자체에 깊은 맛이 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중구 노가리 골목에 위치한 ‘을지 OB베어’ 노가리 (사진=김민정 기자)
생맥주 다음으로 가장 인기가 있는 메뉴는 바로 연탄불에 노릇노릇하게 구어 내는 ‘노가리’다. 연탄불 노가리는 1980년 당시 한 마리에 100원에 판매했다고 한다. 40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지금도 가격은 단돈 1000원에 불과하다. 가격에 처음 놀란 노가리는 그 맛과 크기를 본 뒤 또 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이곳만의 기법이 녹아 있는 특제 고추장에 노가리를 찍어 먹으면 그 맛은 이로 말할 수 없다.

서울시는 이곳의 보전가치를 인정하면서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했고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지난해 ‘백년가게’로 지정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노가리 골목. 지난해 열린 ‘을지로 노맥 축제’ 현장. (사진=김민정 기자)
지금은 추운 날씨 탓에 가게 밖에는 손님들을 찾아볼 수 없지만 5월이면 이 골목은 완벽한 탈바꿈을 시도한다. 바로 ‘을지로 노맥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올해로 10회째를 맞게 될 노맥 축제는 17개 점포가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노상에 간이 테이블을 깔고 옥외 영업을 시작한다. 평소 3500원인 생맥주(500cc)는 1000원이라는 비현실적(?)인 가격에 판매한다.

선선한 날씨, 맛있는 술과 안주, 그리고 저렴한 가격까지 삼박자를 갖춘 이곳은 매년 옛 향수를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붐빈다.

누군가는 추억을 한아름 안고 가는 이곳. 노가리 골목의 터줏대감이나 다름없는 을지OB베어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의 곁을 머물 수 있길 바란다.

서울 중구 노가리 골목에 위치한 ‘을지 OB베어’ 메뉴 (사진=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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