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경제 보기]G2의 힘겨루기, 핵심은 한반도? ‘PMC: 더 벙커’

하정우 주연, 게임 방식 차용한 영화 연출…흥행에는 실패해
비핵화 둘러싼 한반도 정세, 미·중 무역분쟁에도 중요 변수로
‘하노이 빅딜’ 무산 소식에 하락…한국 증시도 민감도 높아져
  • 등록 2019-03-09 오후 3:00:37

    수정 2019-03-09 오후 3:00:37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영화를 좋아하는 경제지 기자입니다. 평론가나 학자보다는 식견이 짧지만 ‘가성비’ 좋은 하이브리드 글을 쓰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영화 속 경제 이야기를 제멋대로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글 특성상 줄거리와 결말이 노출될 수 있습니다.

영화 ‘PMC: 더 벙커’ 포스터.(이미지=CJ엔터테인먼트 제공)
“북한 최고 지도자가 걸어옵니다. 미국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네요. 두 정상이 만납니다.”

지난달 역사적인 북한과 미국 정상회담의 장면이 떠오르지 않나요? 그런데 이 대사는 몇 달 앞서 개봉한 영화에 나옵니다. 국민배우 하정우가 주연을 맡은 ‘PMC: 더 벙커(이하 더 벙커)’인데요. 단순 액션물 같지만 남북은 물론 이해관계가 얽힌 미국과 중국까지 다양한 갈등을 풀어내면서 최근 분위기와 맞물려 높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어떤 경제 상황이 담겨 있는지 알아볼까요?

얼핏 보면 무장단체 같기도 하지만 이들은 엄연히 첨단 무기를 활용하는 민간 군사기업 PMC의 일원들이다.(영화 스틸컷, 이미지=CJ엔터테인먼트 제공)
독특한 형식 흥미 끌지만…의미 찾다 놓친 재미

‘더 벙커’는 ‘더 테러 라이브’로 흥행에 성공한 김병우 감독이 하정우와 다시 만나 찍은 영화입니다.

전작은 방송사 생중계를 통해 앵커 역할을 맡은 하정우와 폭발 테러범간 수 싸움을 그린 연출 방식이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번 영화는 한발 더 나가서 흡사 1인칭슈팅(FPS) 게임 형태로 전개됩니다.

도입부는 국제 정세를 설명하는 브리핑 화면이 나오고 나서 한 건물의 지도 화면을 비추고, 지도상 용병들이 표시된 화살표로 클로즈업됩니다. 그리고 군사기업 PMC의 팀 리더인 에이헵(하정우) 등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중간 중간에서 움직이는 카메라와 1인칭 카메라를 활용해 기존 영화와는 다른 각도의 시점도 제공합니다. 이러한 화면 연출은 ‘콜 오브 듀티’ 등 유명 게임들과도 비슷해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습니다.

미국 CIA 팀장인 맥켄지(제니퍼 엘)가 전지적 시점에서 전하는 지시에 따라 행동하는 것도 게임 주인공을 보는 듯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에이헵이 뛰어내려 낙하산을 펴는 모습은 최종 미션을 떠올리게 합니다.

겉으로는 1인칭 시점의 액션 영화를 표방하지만 남북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간 알력에 뜨거운 브로맨스는 물론 무역분쟁과 대북제재까지 이야깃거리를 많이 담았습니다. 관건은 이러한 연출과 이야기가 과연 재미로 이어졌는지 여부입니다.

게임 속 장면과도 같은 영화 연출은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끌었다.(영화 스틸컷, 이미지=CJ엔터테인먼트 제공)
PMC 용병들의 전투 기술이나 그들이 사용하는 특수장비는 초반에 흥미를 돋우지만 대규모 전투 장면이 사실 그렇게 많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에이헵과 북한 의사인 윤지의(이선균)가 서로 떨어진 상태에서 카메라 교신을 통해 응급조치하고 교감을 나누는 장면의 비중이 큰 편입니다. 무너진 건물 잔해 속을 다니는 모습이 마치 하정우의 지난 출연작인 ‘터널’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영화는 낙하산을 들고 뛰어내린 에이헵이 윤지의를 구하고 어깨동무를 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습니다. 에이헵은 윤지의가 모시는 북한 지도자 ‘킹’을 납치할 계획이었는데 미국과 중국의 압박 속에 ‘급 형제애’를 발산합니다. 액션영화 특성상 극적인 상황에서 악역을 해치움으로써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사이다’ 같은 장면이 없는 점도 아쉽습니다.

한국인이 주연을 맡았는데 대사가 대부분 영어로 이뤄져 이목을 끌기도 했는데요. 배우들의 외국어 연기가 다소 어색하다는 평가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다소 관습적일 수 있는 미국식 유머를 대화 중간 중간에 굳이 집어넣어 외려 어색함을 더 유발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참고로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 관객수는 400만명 안팎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스코어는 170만명에도 못 미쳤습니다.

서로를 ‘남조선’ ‘북한’이라고 부르던 에이헵(하정우, 오른쪽)과 윤지의(이선균). 시간이 지날수록 진한 브로맨스의 향기를 풍긴다.(영화 스틸컷, 이미지=CJ엔터테인먼트 제공)
북한 영향력 커진 금융시장…기대감 실현은 언제

영화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는 현재의 상황을 크게 반영했습니다. 그런데 남과 북의 관계가 중국과 미국의 보호무역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지난해부터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강대국간 갈등에서 작은 한반도가 중요하다고요? 영화상 뉴스에서는 2022년 북한이 본격 비핵화 과정에 들어가면서 국제연합(UN)이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이에 맞춰 중국이 북한의 철광석 같은 원재료를 대거 수입한다고 보도합니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한 장기간 보호무역 정책으로 피로감이 누적된 반면 중국은 내수 시장에서 해답을 찾아 양국 명암이 갈린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대북 제재 해제가 중국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북한을 해체(또는 흡수)하려는 미국과 중국의 작전도 치열해졌고요. 물론 북한 경제 개방이 정말 중국의 내수 활성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예측하기가 어렵네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적 분위기는 한국 자체 금융시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한국에 대한 투자심리 선행지표인 증시가 대표적입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마무리된 지난달 28일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각각 1.76%, 2.78% 떨어졌습니다. 장중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았지만 합의 결렬 소식이 나오면서 지수가 하락 전환했습니다. ‘하노이 빅딜’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가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무너지자 실망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주가지수도 밀린 것입니다.

열강의 갈등에 둘러싸인 한반도. 평화는 찾아올까요?(영화 스틸컷, 이미지=CJ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1년여간 한국 증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설전을 벌이거나 강력한 발언을 할 때마다 출렁였습니다. 워낙 이들의 행동이 예측불허다보니 “김정은이나 트럼프가 한국 주식이나 선물·옵션 상품에 투자한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남북 경협주도 오랫동안 주요 테마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들 주식의 주가 역시 한반도 정세에 따라 웃다가 울다가를 반복합니다.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난 이후로 한국 증시에서 남북 관계는 중요한 변수가 됐습니다. 민감한 이슈들이 지속되면서 변동성이 확대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평화가 가까워졌다는 방증이지도 않을까요. 머지않은 미래에 좀 더 좋은 소식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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