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주 못막아”…‘왕릉뷰 아파트’ 사실상 철거 불가할듯

문화재청 “소송 결과 나오기 전 입주하면 못 막아”
건설사들, 입주자 사전점검 마치며 입주에 속도
법조계 “입주시 강제퇴거 어려워...소송에도 영향줄 듯”
이상헌 의원 “입주예정자 보호하되 문화유산 취소 막아야”
  • 등록 2022-04-27 오후 4:50:51

    수정 2022-06-13 오후 3:10:18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소송 중인 일명 ‘왕릉뷰 아파트’ 사태와 관련해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문화재청이 이를 강제로 막을 방법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이 승소하더라도 이미 입주가 이뤄진 경우엔 강제 퇴거가 어려운 만큼 철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간파한 건설사들이 공사 기간을 단축하며 입주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문화재청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오전 경기 김포시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검단 신도시 왕릉뷰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화재청 “입주 강제로 막을 방법 없어”

2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왕릉뷰 아파트’ 입주 대응계획 관련 질의에 대해 “해당 건축물에 대한 사용검사 및 승인은 인천 서구청의 권한으로,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입주를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다”고 답변했다.

신축 아파트 입주는 공사가 마무리되면 큰 틀에서 입주자 사전점검, 사용검사, 사용승인(준공)을 거쳐 이뤄진다. 최근 대광건영(대광이엔씨)은 입주자 사전점검을 마치고 사용검사 신청을 준비하며 입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광건영은 이르면 다음 달, 금성백조(제이에스글로벌)는 6월, 대방건설은 9월을 입주 목표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왕릉뷰 아파트 사태와 관련해 문화재청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건설사들이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해 이들 건설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시 장릉 근처에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왕릉 인근 경관을 해치는 고층 아파트를 건설했다며 공사중단 명령을 내렸다. 아울러 건설사들에 아파트 철거 등 개선안을 요구했다. 그러나 건설사들이 해당명령 취소 소송에 나서면서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사들은 문화재청이 높이 기준 관련 변경고시를 하고 지자체들에 이를 알리는 과정에서 관할 지자체인 인천시 서구청을 누락하는 등 직무를 유기했다며 맞대응하고 있다.

현재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 위법성과 관련한 본안소송이 진행되고 있으며, 문화재청의 공사 중지 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은 아직 법리해석 중이다. 가처분 신청 관련 1심, 2심 재판부는 건설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관련 판단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법적 공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음 본안소송 기일은 내달 예정돼 있다.

법조계 “입주 시작되면 철거될 확률 낮아”

이 가운데 건설사들이 빠른 입주를 준비하면서 문화재청이 난감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 인천 서구청이 사용을 승인한다면 입주를 막을 방법이 없는데다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이미 입주가 이뤄졌을 경우 강제퇴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돼서다.

이에 최근 문화재청이 왕릉뷰 아파트 관할구청인 인천 서구청에 ‘문화재보호법 위반 건축물에 대한 사용검사 보류 요청’ 공문을 발송했으나, 인천 서구청은 관련 법령에 따라 종합적인 검토 등을 진행한 후 사용검사 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만 회신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인천 서구청이 그간 건설사들과 문화재청의 직무 소홀을 함께 지적했던 만큼 입주 승인을 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법적 결과와 별개로 잘못의 책임을 입주예정자들에게 물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입주예정자 A씨는 “문화재청과 건설사 간의 분쟁이지 입주자들이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원 판단이 어떻게 나오든 책임은 건설사들과 문화재청이 져야할 것”이라며 “강제퇴거 결정이 나오더라도 입주민들 책임이 아닌 만큼 절대 퇴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조계에서도 입주가 시작된다면 철거될 확률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소송 진행 도중 입주가 이뤄진다면 법원이 이에 따른 피해 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건설사들의 승소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문화재청이 승소해 강제로 퇴거 관련 집행을 하더라도 이미 입주한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퇴거시킬 수 없어 실제 아파트가 철거될 확률은 낮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입주민들의 권익을 최대한 보호함과 동시에 잘못한 행위자도 명명백백하게 가려내 사태 재발을 막아야 한다”며 “만약 불가피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문화재청은 소송 결과와 별개로 유네스코에 상황을 잘 소명해 문화유산 취소만큼은 반드시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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