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구글이 유럽에서 안드로이드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검색엔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구글의 반독점 행위에 대한 EU의 세번째 조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또 다시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받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켄트 워커 구글 글로벌업무 담당 수석 부사장은 19일(현지시간) 다음 달부터 유럽에서 신규는 물론 기존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 검색 엔진과 인터넷 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막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플래이스토어’, ‘크롬 브라우저’ 등 자사의 검색엔진을 강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U는 2015년부터 구글의 반독점 행위를 조사해 2017년, 2018년에 걸쳐 총 67억 6000만달러(7조 6455억원)에 달하는 기록적인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구글은 즉각 항소했지만, EU는 구글이 이같은 사업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회사의 하루 매출액 5%에 달하는 추가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구글의 막대한 영향력에 각국 정부가 경고음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러시아 역시 2017년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기본 검색엔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일본 역시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일명 ‘GAFA’를 겨냥한 규제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도 뒤늦게서야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를 제공하면서 구글 플레이스토어를 끼어 판 혐의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같은 각국 정부의 규제가 이미 막대한 구글의 시장지배력을 약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연구기관인 IDC에 의하면 서유럽에서만 약 2억 4400만대의 안드로이드가 사용되고 있다. 이미 구글의 검색 엔진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선택권이 주어졌다고 해서 새로운 검색 엔진으로 갈아탈지는 의문이다. 다만 러시아의 경우, 안드로이드 이용자가 검색엔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이듬해 러시아 검색엔진 ‘Yandex’의 점유율은 이듬해 10% 상승한 49%를 기록, 이번 조치가 전혀 영향이 없진 않을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니콜라스 이코니데스 뉴욕대학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전과는 다르겠지만 큰 차이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라이벌은 너무 약하되서 경쟁시장이 재건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