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편의점서 로또 안 판다고?

기재부 "편의점서 계속 로또 판매"
2554곳 중 641곳만 단계적 폐지
GS25·CU·씨스페이스 특혜 논란탓
"폐지 시한 미정, 편의점 측과 협의"
  • 등록 2018-02-08 오후 2:01:24

    수정 2018-02-08 오후 3:31:04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앞으로 편의점에서 로또(온라인 복권)를 살 수 없다는 보도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정부가 올해 12월부터 이 같은 정책을 추진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정말로 정부가 ‘편의점 로또 퇴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사실이 아니다. 앞으로도 편의점에서 로또를 살 수 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로또 법인 편의점(판매장)’에만 한정해 계약을 단계적으로 해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2554곳 중 641곳만 단계적 폐지

△시민들이 이달 중순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로또 판매점에서 복권을 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로또를 판매하는 편의점은 두 종류가 있다. 로또 법인 판매장과 로또 개인 판매장이다. 법인 판매장은 복권통합수탁사업자인 ㈜나눔로또와 법인이 계약하고 편의점 주인인 가맹점주가 운영하는 곳이다. 해당 법인은 GS리테일(GS25), BGF리테일(CU), 씨스페이스 등 3곳뿐이다. 개인 판매장은 나눔로또와 가맹점주가 직접 계약을 맺은 곳이다. 로또를 판매하는 편의점은 전국에 2554곳(작년 말 기준)이 있다. 이 중 로또 법인 판매장은 현재 641곳(25%)이다. 로또 개인 판매장은 1913곳(75%)이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전국 편의점 수는 3만5977개다. 로또 법인 판매장 수는 전국 편의점의 1.8% 수준이다. 최근 편의점이 4만개로 늘어나는 추세여서 실제 로또 법인 판매장 비중은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대균 복권위사무처 발행관리과장은 “법인판매점 외에 편의점 형태로 운영 중인 개인 판매점은 계약해지 관련한 논의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로또 개인 판매장인 편의점 1913곳에서 로또를 살 수 있는 셈이다. 해당 편의점은 CU, GS, 씨스페이스, 세븐일레븐 등 다양하다.

641곳의 로또 법인 판매장도 오는 12월부터 로또 판매가 중단되는 것도 아니다. 김경희 복권위사무처장은 “법인판매점 관련해 구체적인 제도개선 내용 및 시기에 대해선 현재 검토 중”이라며 “단계적으로 법인판매점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연내에 이행 방안을 만드는 것이지, 금년에 641곳을 다 없애겠다는 뜻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3개 편의점 법인 ‘특혜 수익’ 때문

단위=억원, 2017년 복권 판매 실적은 잠정치, 복권 판매 실적은 온라인복권(로또), 인쇄복권(즉석식), 결합복권(추첨식), 전자복권 판매실적을 더한 수치.[출처=기획재정부]
단위=개.[출처=기획재정부]
그렇다면 왜 로또 법인 판매장을 줄이려는 것일까. 그동안 국회, 업계 등에서 ‘특정 법인에만 로또 판매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2년 12월2일 로또 판매가 시작된 이후 GS리테일(GS25), BGF리테일(CU), 씨스페이스 이외의 법인에는 로또 판매가 허용되지 않았다.

김 사무처장은 “2004년에 복권 및 복권기금법이 제정되면서 장애인·국가유공자 등 취약계층에 우선적으로 판매 계약을 맺도록 했다”며 “이런 법 취지에 따라 다른 법인과의 추가 계약은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법 제정 이전에 계약을 맺은 법인은 계약을 유지해왔는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 이들 법인이 기득권처럼 됐다”고 말했다. 법이 뒤늦게 만들어지면서 3개 법인만 10년 넘게 독점 계약을 사실상 맺어온 셈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들 로또 법인 판매장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연간 129억원(2016년 기준) 수준이다. 수수료는 로또 판매금액의 5%(부가세 포함 5.5%)로 책정된다. 로또 법인 판매장의 경우 가맹점주와 가맹본부가 수수료를 나눠 갖는 구조다. 통상적으로 4(점주) 대 6(본부) 비율로 가맹본부가 더 많이 가져간다.

이 때문에 “이들 3개 법인이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앉아서 수수료를 챙겨간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기재부는 업계와 수차례 간담회를 했다. 이어 지난해 12월14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 ‘사행산업 건전화 대책’의 일환으로 ‘로또 법인 판매점의 단계적 축소’ 방향을 담은 계획을 보고했다. 올해 12월2일부터 로또 인터넷 판매가 허용되면서 오프라인 판매점을 줄여나가는 취지도 반영됐다.

다만 이렇게 축소할 경우 결과적으로 로또 법인 판매장의 가맹점주들의 소득도 줄어들 수 있다. 산술적으로 계산(수수료 129억원 중 40% 기준)하면 점주 1인당 월 67만원 가량의 수입이 줄어든다. 김경희 사무처장은 “신중하게 협의·고민해 연말에 편의점주 관련 대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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