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지난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을 신청하면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이 지났다. 글로벌위기 때 우리나라는 외환 보유액을 든든히 쌓아두고 있었는데도 한국의 대외지급능력에 대해 의구심이 일며 외환 시장이 요동치는 어려움을 겪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외환부문의 건강은 어떤 상태일까.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은 1조4537억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해외에 갚아야 할 빚은 1조2054억달러다. 이미 우리는 2014년부터 해외에서 받을 돈이 갚을 돈보다 많은 대외 순채권으로 전환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대외금융자산은 해외 증권투자가 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다음은 해외직접투자(33%), 은행의 해외 대출(27%) 순이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국내에서 번 돈을 불리려 해외투자에 나서며 해외증권 투자규모가 큰 폭으로 늘었다. 금융회사의 해외 증권투자 잔액은 2008년말 540억달러에서 작년말 2414억달러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대외금융자산 중 해외 증권 투자비중은 같은 기간 22%에서 40%로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만약 글로벌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이 흔들린다면 해외투자에서 타격을 입는 동시에 국내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동시에 빠져나갈 가능성은 더 커진 셈이다.
기업들이 해외에서 번 달러를 국내은행에 맡기면서 국내은행의 외화예수금은 2008년말 404억달러에서 작년말 1257억달러로 3배 이상 늘었다. 이 과정에서 국내은행의 외화 조달의 무게중심이 외화차입에서 외화예수금으로 자연스럽게 전환했다. 국내은행의 단기외화차입도 2008년 말 719억달러에서 작년 말 302억달러로 절반 이상 줄었다.
외화운용 부문에서는 국내은행의 거주자 외화대출이 감소하고, 비거주자 외화대출이 증가했다. 국내은행의 거주자 외화대출은 2008년 말 546억달러에서 2017년 말 197억달러로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 비거주자 외화대출은 작년 말 기준 922억달러로 2배가량 늘었다. 특히 국내은행이 아시아 신흥시장으로의 진출을 활발히 하면서 해외 현지법인이나 지점을 통한 외화대출 취급을 확대한 결과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은행과 외은 지점의 외화차입비중이 줄고 그 중에서도 단기차입이 큰 폭으로 감소해 대외채무의 건전성이 개선됐다”면서도 “금융회사의 해외 투자증권 손실 발생 가능성이나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의 유출 위험은 증가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금융회사의 해외투자 리스크 분석과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입 동향 모니터링 등 잠재리스크 요인에 대한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