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인증 플랫폼이라더니' 뱅크사인, 핀테크사도 외면하는 이유는

뱅크사인, 가입자 17만명 그쳐
편리성·속도·범용성 등 경쟁력 우위 없어
"이용률 저조해 인증수단으로 활용 어려워"
  • 등록 2019-03-03 오후 7:31:20

    수정 2019-03-03 오후 8:42:46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권 블록체인 플랫폼 및 뱅크사인 오픈식’에서 김영권 삼성SDS 디지털 금융전략팀장이 뱅크사인의 주요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우리 사회에서 핀테크업체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기존 금융사들이 토스, 뱅크샐러드와 업무협약을 맺기 위해 줄을 서는 등 핀테크업체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하지만 ‘신기술’, ‘혁신’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핀테크업체들이 공인인증수단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뱅크사인’이 아닌 정보통신기술산업의 ‘적폐’로 낙인 찍힌 공인인증서를 활용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일 금융 및 핀테크 업계에 따르면 핀테크업체들이 자산관리, 송금 등 분야에서 주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 것은 ‘스크래핑’ 기술이다.

스크래핑은 시스템이나 웹 사이트에 있는 정보(데이터) 가운데 필요한 정보를 자동으로 뽑아내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스크래핑 기술 덕에 핀테크업체는 여러 금융사에 흩어져 보관된 정보를 한데 모아 관리·분석할 수 있다. 다만 스크래핑이 가능해지기 위해 핀테크업체의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본인인증절차를 수반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핀테크업체는 본인인증수단으로 공인인증서를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공인인증서가 액티브엑스와 나란히 정보통신기술산업 ‘적폐’로 낙인 찍힌 존재라는 점이다. 1년마다 갱신을 해야 하고 이 과정에 액티브엑스로 점철된 금융사 홈페이지를 전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공인인증서와 액티브엑스 폐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표공약이었다.

이에 은행권도 지난해 8월 야심 차게 블록체인 기반 은행공동인증서비스(뱅크사인)를 내놨다. 뱅크사인은 유효기간이 3년으로 잦은 갱신에 따른 불편을 덜었을 뿐 아니라 휴대전화 본인확인만으로 타 은행 이용이 가능할 만큼 간편하다.

하지만 핀테크업체들은 뱅크사인을 외면하고 있다. 이용자가 적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뱅크사인을 이용하던 사용자들도 다시 공인인증서로 되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 뱅크사인 가입자는 2월 말 기준 약 17만명에 불과하다. 편리성, 속도, 범용성 등에서 우위를 체감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정책 중 하나인 ‘마이데이터’의 시범사업 금융분야 주관사로 선정된 핀테크업체 레이니스트도 공인인증 수단으로 뱅크사인을 검토하다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레이니스트는 통합자산관리 플랫폼 ‘뱅크샐러드’를 서비스하고 있다.

장한솔 레이니스트 매니저는 “뱅크샐러드에 뱅크사인 도입을 검토하기 위해 조사해보니 이용률이 너무 저조했다”며 “은행공동인증서비스임에도 일부 은행조차 뱅크사인을 사용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KDB산업은행·한국씨티은행·카카오뱅크는 뱅크사인 참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고 보험·카드·증권사 등 다른 금융권도 뱅크사인을 외면하고 있다.

범용적인 인증 수단이 되기 위해선 국세청, 건강보험공단과 연계가 필수지만 이마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뱅크사인 가입자 확대를 위해 노력한 결과 올해 들어 가입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국세청, 건강보험공단 등 사용처 확대에도 힘쓰는 한편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핀테크 업체와 상호협력할 방안이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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